경남도 재난안전상황실 직원들이 CCTV 모니터를 보며 재난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경남도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는 장마 기간에 1000mm에 가까운 비가 내린 경남에서 인명 피해 등이 비교적 적었던 것은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간 행정·소방 종합 재난안전컨트롤타워인 ‘경남 재난안전상황실’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경찰과 소방 등 각 기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면서 대처한 것도 효과를 냈다.

21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도 단위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행정과 소방이 함께 근무하는 ‘재난안전상황실’을 열었다. 재난안전상황실은 작년 11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 후 박완수 경남지사가 기관마다 흩어진 재난안전 관련 상황실의 연계와 협력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재난안전상황실은 경남도 상황실과 소방의 119상황실, 각 시·군의 CCTV 관제센터까지 한 곳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형태다. 당초 경찰까지 포함한 조직 구성을 추진했지만, 인력 충원 문제로 인해 행정·소방이 참여한 통합 형태로 운영에 들어갔다.

7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종합 감시시스템 덕택에 18개 시군에 설치된 CCTV 3만800여대, 재해재난위험지역 CCTV 487대의 영상자료,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등 도로 CCTV, 소방차량 출동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 효과는 운영 한 달 만에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전 9시 23분쯤 재난안전상황실 CCTV에 경남 거창군 황강 둔치 파크골프장을 비추는 화면이 떴다. 전날부터 이틀 새 100mm가 넘는 비가 내려 호우주의보가 발령돼 있던 거창에서는 하천 둔치 출입이 통제됐으나 노인 5명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모니터링하던 재난안전상황실 직원이 곧장 거창군에 연락해 대피시켰다.

또 같은 날 폭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밀양시 활성교 아래에서 야영을 하는 캠핑객을 발견해 사전에 대피시킬 수 있었다. 지난 18일에는 하동군 적량면 고절리에 있는 다리가 하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통행 제한이 이뤄지지 않는 등 안전조치가 미흡하자 경남도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확인하고, 하동군에 연락해 통행 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35분쯤 경남 거제시 장목면 거가대교 진입도로 거제에서 부산 방향으로 가는 2차선 도로 옆 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남소방본부

경남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시작한 장마 기간동안 평균 5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남해군과 거제시, 하동군 등에는 800~1000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한때 시간당 5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경남에는 도로 사면 유실 19건, 옹벽·석축유실 2건, 도로침하 3건, 호안 유실 1건 등 공공시설 32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사면유실로 주택 4채가 파손되는 등 주택 5건의 피해가 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경남 지역은 인명 피해가 없다. 이번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경남도 관계자는 “비가 내린 양이나 넓은 지역을 감안하면 경남은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지난달 운영에 들어간 재난안전상황실을 통한 예방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기관이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무선통신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 기간 특히 야간에 호우 피해신고가 집중됐지만,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각 기관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8시 17분쯤 거제시 사등면 모래실 지하차도가 침수돼 도로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때 경찰은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해 거제시 재난상황실로 직접 신고 내용을 전달했다.

신고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 순찰차가 도로 양방향 차량을 통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제시 도로과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배수로 확보에 나섰다.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 물이 모두 빠지면서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만약 물이 차오르는 상태에서 재빨리 차량 통행 제한이 이뤄지지 않고, 배수 작업이 늦어졌다면 인명피해와 시민 불편이 커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병수 경남경찰청장은 “경남에서는 도-경찰-18개 시·군 등 31개 기관이 공통통화 그룹으로 편성된 경남재난통신망을 가동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장마와 태풍 등 재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공조 체제를 유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재난안전상황실 운영에 이어 드론, AI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한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재난관리시스템 고도화, 119 소방차량, 112 경찰차량 영상 정보 공유를 통한 행정·소방·경찰의 입체적인 재난대응 시스템 확대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