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저지른 30대 남성 조모씨가 범행 직후 칼 든 손을 뒤로하고 어딘가로 뛰고 있다./CCTV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 조모(33)씨가 경찰 조사에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경찰은 조씨 진술을 토대로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고 음성 반응이 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조씨는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한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22일 조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조씨를 구속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범행 경위와 배경을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1일 오후 2시 7분쯤 관악구 지하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조씨는 일대를 돌아다니며 10여 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으며, 사망한 20대를 포함해 피해자는 모두 조씨와 일면식도 없던 남성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범행장소에 대해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처음엔 펜타닐 복용을 주장했다가 경찰의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의 진술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요청했다. 조씨는 경찰에게 “정신감정을 해달라”는 취지로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요청한 데에는 조씨의 행동이 일반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범행 직후 골목을 벗어난 조 씨는 피가 묻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그는 경찰이 테이저건을 겨누자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주저앉았다가 현행범 체포됐다. 조 씨는 체포 과정에서 “왜 나한테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안 되더라”라고 중얼거렸다.

펜타닐은 원래 고통이 극심한 암 환자 등에게 극소량 투약하는 초강력 진통제다. 중독성은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다. 펜타닐을 복용하면 강력한 환각효과와 함께 좀비와 같은 이상행동이 나타나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선 최근 10년 새 유통량이 꾸준히 늘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폭증세다. ‘7분에 1명씩 펜타닐 때문에 죽는다’고 할 정도다. 18~49세 미 청년층의 사망 원인 1위는 코로나나 교통사고, 총격 사고 등을 제치고 펜타닐 중독이 차지한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동기, 범행경위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