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특별보호구역 내 팔당호. 가운데 흰색 건물은 팔당 전망대가 있는 경기도 수자원본부. photo 이동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백지화’ 발표로 여야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서울양평고속도로가 향후 사업재개 시에도 유조차 등 위험물적재트럭이 이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고속도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1년 KDI(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종점안(원안)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어 논란이 된 강상면 종점안(대안) 모두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특별보호구역(이하 팔당상수원)’을 관통하면서다.

팔당상수원은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를 중심으로 경기도 4개 시군(남양주시, 하남시, 광주시, 양평군)에 걸쳐 여의도 면적의 52배 규모(158.8㎢)로 지정돼 있다.

현재도 팔당대교에서 팔당호를 지나 남한강 북안을 따라 이어지는 6번 국도(팔당역앞~신원역앞)와 팔당호에서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45번 국도(조안교차로~금남교차로), 팔당댐에서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45번 국도(팔당댐~도마삼거리), 경안천에서 팔당호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342번 지방도(광동리하수처리장~운심교) 등 총연장58.4㎞의 국도와 지방도는 수도법과 물환경보전법(옛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법) 등에 근거한환경부령에 따라 유조차를 비롯해 유독물, 농약, 폐기물(액체상태), 방사성물질 등을 적재한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 실제로 지난 7월 18일 찾아간 팔당호 주변 6번 국도를 비롯해 도로 곳곳에는 ‘유류·유독물 차량통행제한, 진입금지’ 등의 입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팔당상수원특별보호구역(주황색 면) 주변지도. 검은선으로 표시된 도로가 통행제한 도로다. 자료: 국토부·경기도

2조 가까운 사업비에도 쓸모 떨어져

이에 향후 팔당상수원을 관통하는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신설돼도 유조차와 유독물을 실은 화물차가 통과하지 못해 약 2조원 가까운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쓸모가 떨어지는 반쪽짜리 고속도로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가 밝힌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총사업비는 원안(양서면 종점안)은 1조7695억원, 대안(강상면 종점안)은 1조8661억원에 달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만들어 놓고 유조차 등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고속도로의 쓰임새가 결정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안과 대안 모두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신항(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재)을 비롯한 부산항(북항), 울산항, 포항항, 마산항에서 서울 및 수도권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져 사실상 서울로 직결되는 노선이 된다. 수도권을 향하는 유조차와 유독물 등을 적재한 대형트럭들이 수시로 오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통행차량 중 화물차 비율(유조차 등 포함)은 40.7%로, 전체 고속도로 가운데 부산신항고속도로(70.1%), 평택시흥고속도로(46.3%)에 이어 3위다. 이런 치명적 한계를 감안하면 여야 및 지역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향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재개된다고 해도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팔당상수원에 대한 통행제한은 지난 1999년 경유를 수송하던 16t급 유조차가 북한강 수계에 있는 강원도 춘천시 춘천댐 인근 교량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20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실시됐다. 당시 사고로 유조차에 실려 있던 경유 1만6000L 가운데 3000L가 유출돼 무려 19일간 춘천댐 방류가 중단됐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북한강에서 팔당호로 유입되는 강물은 전체 유입량의 43.4%에 달한다. 기름범벅이 된 강물이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이에 지난 2000년부터는 팔당호 주변 도로의 위험물적재차량 통행을 아예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유류 등 위험물을 싣고 해당구간을 통행할 수 있는 차량은 군용트럭을 비롯해 통행증을 발급받은 차량, 지역주민용 농약운반차량 등에만 국한돼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만약 이 구간을 무단 통행하는 위험물적재트럭이 적발될 경우 운전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위험물적재트럭에 대한 엄격한 통행제한은 유사시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를 겨냥한 북한의 생화학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유조차가 적발되는데 지난해 기준 팔당상수원 통행제한 도로에서 적발된 건수만 15건”이라며 “그나마 빈통으로 다니는 차량이라서 고발된 건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수청나루에서 바라본 양평군 양서면 양서초등학교.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에 따라 남한강을 건너는 양서대교(가칭)가 들어설 곳이다. photo 이동훈

원안·대안 모두 팔당상수원 관통

현재까지 논의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은 원안과 대안 모두 횟수와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 팔당상수원을 가로지른다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고속도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위험물적재트럭이 별도 통행허가를 받아 팔당상수원 위를 지나는 고속도로 교량을 통과한다고 해도 수도권 2600만 주민들을 위한 마실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는 상시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유조차 등이 내뿜는 매연 및 타이어 분진과 겨울철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 등 제설제가 갓길에 쌓였다가 빗물 등을 타고 상수원에 유입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해당 지역은 저수용량 2억4400만t의 팔당호에서 뿜어내는 막대한 수증기로 인한 상습결빙 지역이다. 실제 도로 곳곳에는 상습결빙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려 있었다. 특히 교량은 겨울철 폭설에 얼어붙기가 쉬워 염화칼슘 등 제설제 사용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광주시 도로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염화칼슘, 친환경 제설제, 소금을 그때그때 확보되는 대로 뿌린다”며 “팔당상수원에는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불가사리 등을 원료로 만드는 친환경 제설제도 현장에서는 염화칼슘, 소금과 함께 사용된다”고 말했다. 양평군 도로과의 한 관계자도 “친환경 제설제는 염화칼슘보다 1.5~2배가량 비싸다”며 “염화칼슘이든 친환경 제설제든 소금이든 확보되는 대로 살포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토부가 제시했던 양평군 강상면으로 향하는 대안의 경우, 팔당호로 유입되는 3개의 주요 국가하천(북한강, 남한강, 경안천) 가운데 강폭이 좁고 유량이 적은 경안천 위를 한 번만 통과하면 된다. 팔당상수원을 관리하는 경기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경안천에서 팔당호로 유입되는 강물은 전체 유입량의 1.6%가량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지나는 국도 6호선 도곡검문소 초입에 유류·유독물 차량 통행제한을 알리는 진입금지 표지판(오른쪽)이 붙어있다. photo 이동훈

상습결빙지, 염화칼슘 유입도 비상

반면 양서면으로 향하는 원안의 경우, 팔당상수원 남쪽인 경안천 위를 한 번 통과한 뒤 역시 팔당상수원에 속하는 남한강을 또다시 지나가야 한다. 남한강은 팔당호 전체 유입량의 55%를 차지하는 최대 수원이다.

게다가 원안은 노선이 경안천을 건넌 뒤 북동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구조다. 경안천을 횡단하는 총연장 900m의 퇴촌교(가칭)가 놓일 곳은 광주시 남종면에 있는 팔당호 ‘광주·용인공동취수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가량에 불과하다. 광주·용인공동취수장은 팔당댐 상류에 있는 9곳의 취수장 중 광역취수장으로 분류되는 4곳 중 하나로 하루 최대 30만t의 물을 끌어올려 광주(인구 40만명)와 용인(인구 107만명) 지역에 공급하는 곳이다. 위험물적재트럭 추락 등 유사시 오탁방지막 등을 치는 시간을 벌기조차 힘들 만큼 취수장과 교량이 인접해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021년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용역보고서 역시 “국가하천인 경안천 횡단교량인 퇴촌교는 교량 설치지점 하부지역이 경안천과 한강 합류부에 인접해 있다”며 “하류부에 광주·용인공동취수장이 위치하고 있어 하부 및 상부형식 선정에 있어 공사 중 수질보호대책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은 팔당상수원에 속하는 남한강에도 길이 1㎞의 교량(가칭 양서대교)을 신설해야 한다. 원안에 따르면, 남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양서대교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에 있는 수청나루 인근에서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양서초등학교 인근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1973년 팔당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까지 광주와 양평을 오가던 마지막 나루터였던 수청나루를 지나는 342번 지방도와 양서초등학교 인근의 경의중앙선 신원역 일대 6번 국도는 환경부령으로 유조차나 유독물, 농약 등을 실은 위험물적재트럭의 통행을 제한한다. 주변도로의 위험물적재트럭 통행을 제한하는 만큼, 양서대교가 놓인다 해도 위험물적재트럭이 해당구간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제한속도가 최고 110㎞까지 높게 설정된 고속도로는 유조차와 유독물 등을 실은 대형트럭의 통행도 국도나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 지방도에 비해 월등히 많다. 게다가 해당구간은 팔당호에서 뿜어내는 막대한 수증기로 평소에도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구간이라 예기치 못한 전복사고의 위험이 크다. 만약 전복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수도권 2600만 식수원인 팔당상수원 오염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팔당호 동쪽에 있는 경기도 수자원본부 인근에는 ‘팔당물안개공원’이란 공원까지 조성돼 있을 정도로 이 일대는 안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지난 7월 18일에도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에 물안개가 겹쳐 팔당전망대가 있는 경기도 수자원본부에서 수청나루까지 가는 왕복 2차선 342번 지방도가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교량 건설 토사 상수원 유입 우려도

원안의 경우 총연장 1㎞가 조금 넘는 양서대교(가칭)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사와 폐기물로 인한 상수원 오염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양서대교 건설을 위해서는 교량건설에 필요한 지반 등을 다지기 위해 토사와 철근콘크리트를 남한강 위로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강물 위로 떠다니는 ‘부유사’를 차단하기 위해 오탁방지용 펜스를 설치한다고 해도 팔당상수원 유입을 원천봉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사 중 발생하는 토사로 인한 식수원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남한강 수면 위로 직접 꽂히는 교각의 수를 최소화하는 사장교나 현수교 형식의 교량설계 역시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고속도로 건설비 자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KDI 역시 2021년 발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용역보고서에서 “퇴촌교 및 양서대교 등 일부 교량통과 구간은 팔당상수원특별보호구역을 저촉하므로 교량 구조형식 선정에 있어 공사 중 수질보호대책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적시한 바 있다.

팔당상수원 안에 조성된 경기도 지방정원 1호 ‘세미원’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 2.1㎞의 ‘신(新)양수대교’만 해도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페인트칠을 하지 않는 특수강교로 시공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식을 막기위한 도색이 필요없는 특수강(내후성강)은 일반강에 비해 t당 단가가 5만~6만원가량 비싸다.

강상면으로 향하는 대안 역시 팔당상수원으로 설정된 경안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까닭에 위험물적재트럭의 통행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강상면 종점안은 양평군 강하면에 88번 국지도와 이어지는 ‘강하IC(나들목)’라는 별도 진출입로가 계획돼 있어 유류 등을 적재하고 서울로 북상하는 위험물적재트럭이 강하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경안천을 가로지를 수 있는 ‘광동교’라는 별도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

팔당상수원 통행제한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준공된 광동교는 경안천과 팔당호가 합류하는 지점에 들어선 왕복 4차선 교량이다. 광동교 역시 팔당특별보호구역 내에 있지만 경안천을 횡단하기 위한 별도의 통행제한은 가해지지 않는다. 위험물적재트럭이 경안천을 건널 길이 없어 예외적으로 통행을 허가하는 우회구간으로 지정돼 있어서다. 게다가 경안천의 실제 강폭은 1㎞에 가깝지만 광동교 구간은 대부분 둑으로 되어 있고 실제 교량구간은 210m가량에 불과해 위험물적재차량 통행도 가능하다.

“팔당은 나몰라라,후쿠시마만 걱정하냐”

현재 서울 강북에서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일대로 향하는 위험물적재트럭은 팔당대교(남양주~하남)를 이용해 한강을 건넌 뒤 광동교로 경안천을 지나 양근대교(강상면~양평읍)로 남한강을 건너는 실정이다. 팔당대교와 양근대교는 모두 팔당상수원 밖에 있어 차량통행이 자유롭다. 서울양평고속도로상에 들어설 경안천 횡단교량에 통행제한이 걸리더라도, 강하IC에서 국지도 88호선으로 내려와 광동교를 이용해 경안천을 건널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광동교의 위험물적재트럭 통과가 허용되는 만큼, 광동교와 거의 나란히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강상면 종점안 노선의 경안천 횡단교량 역시 향후 고속도로 신설 시 위험물적재트럭 통과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팔당상수원의 안전확보를 위해 유조차 등 대형트럭 통행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는 고속도로 교량에는 속도제한 등 보다 엄격한 통행기준을 적용하거나, 광동교 상류의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남쪽으로 우회하는 제3의 대안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를 최초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11일 ‘원안 및 신양평IC 설치 추진위원회’라는 별도 기구까지 꾸리고 원안에 집착하고 있다. 심지어 팔당상수원 관리책임이 있는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 7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에 IC를 추가하는 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팔당상수원 오염이 불가피한 원안을 고집하고 있다. 친(親)민주당 성향의 환경단체들도 팔당상수원 오염이 불가피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계획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난리치는 민주당이 정작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 오염이 불가피한 원안을 고집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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