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 교사의 애도 공간을 찾은 시민이 목발을 짚고 서 있다. / 고운호 기자

지난 18일 교내에서 극단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A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이초 주변엔 교사 A씨를 추모하는 조화가 길게 늘어져있었다. 정문과 교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시민들이 작성한 애도의 쪽지가 붙어있고 국화가 수북이 놓여있었다. 서이초를 찾은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교사 A씨에 대한 추모를 이어갔다.

목발을 짚고 불편한 발걸음을 이어간 시민은 경기도 포천에서 합기도와 검도 체육관을 운영했던 관장이었다. 그는 “체육관을 운영하며 교사 A씨가 당한 일련의 일들이 남의 일 같이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작성한 추모의 쪽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 교사의 애도 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의 쪽지를 교내 마련된 추모 공간에 붙이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추모의 쪽지를 붙이며 손수건으로 말없이 눈물을 훔치던 여성은 올해 초등 교사에 임용된 딸을 둔 어머니였다. 그는 “딸이 서이초 인근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에 부임했으면 제 딸이 죽었을 겁니다. 남일 같지 않습니다. 동년배인 교사 A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 교사의 애도 공간을 찾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낀 시민은 3년차 초등 교사였다. 그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학부모의 민원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현재 휴직중이었다. 그는 “ 학부모가 교사에게 육교를 지어달라고 하는 등 말도 안되는 민원으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교권이 더이상 추락할 것도 없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라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 A씨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첫날인 20일 서이초 학생회장 출신 중학생이 추모의 쪽지를 작성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현직 교사를 비롯한 시민들이 서이초를 찾아 추모하는 배경에는 일선 교사들이 학교에서 당한 폭력과 갑질, 불공정이 장작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전국 교사들은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에서 ‘추모식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의상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 고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