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이 압수한 마약류와 현금, 모바일 기기./뉴스1

전국에 최소 79곳의 마약 은닉 장소를 마련하고 2만9000회의 마약 거래를 한 유통·판매 조직이 2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코인을 이용해 다른 마약 판매 조직의 100억원대 범죄 자금도 세탁해줬다고 한다. 미국 유학생 출신의 20대 총책은 마약 유통으로 얻은 수익으로 서울 성수동에서 유명 카페를 운영하고,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하루 유흥비로 수천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해외에서 액상 대마와 합성 대마 등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총책 A씨 등 19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마약류를 구매한 15명도 검거해 그중 11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해 국내로 들여왔다. 대마, 액상 대마, 합성 대마는 물론 극소량으로도 강력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리서직산 디에틸아마이드(LSD) 등 다양한 마약을 취급했다고 한다. 이들은 해외 직구로 마약을 샀는데, 주로 화장품이나 컵라면 등에 끼워 넣어 들여왔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구매자와 접촉했다. 마약과 관련된 은어인 ‘아이스(필로폰)’ 등을 트위터에 올린 뒤 구매자가 접근하면 텔레그램 방의 링크를 주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이 텔레그램 채널에 3000명이 들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조직은 베트남 등에서 들여온 마약을 양에 맞춰 잘게 나누고, 이를 포장해 전국 주택가의 전기 배전함이나 에어컨 실외기 등에 미리 숨겼다. 마약 운반책(드로퍼)은 A씨 조직이 알려준 주소로 이동해 포장된 마약을 두고 오는 역할을 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드로퍼들은 대부분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었으며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초 마약 구매자였지만, 마약을 살 돈이 부족해지자 월 300만원가량을 받고 운반책으로 조직에 가담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 조직이 다른 마약상의 범죄 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약 조직이 A씨에게 현금을 이체하면 이를 코인으로 교환하는 식으로 17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 코인은 거래 내역 확인이 어려워 마약 거래에 주로 사용된다. A씨 조직은 범죄 자금 세탁의 대가로 수수료 10%를 받았다고 한다.

조직의 총책인 A씨는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학생이었다. 대학 재학 중 마약 조직을 관리한 그는 마약을 직접 하진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마약 유통과 범죄 자금 세탁으로 챙긴 범죄 수익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 서울 성수동의 유명 카페와 오피스텔 등을 구입하고, 억대 포르셰 스포츠카를 몰았다. 그는 하루 유흥비로 2500만원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 조직의 범죄 수익금을 31억원으로 추정하고 이를 몰수, 추징 보전했다. 현금과 함께 A씨가 사용한 고급 시계 등 귀금속 8600만원 상당도 압수했다. 경찰은 A씨 조직이 전국 79곳에 던지기 방식으로 숨겨 놓은 마약을 전량 회수하고, 서울 오피스텔에 보관돼 있던 시가 2억원 상당의 마약도 압수했다. 경찰은 A씨 조직의 추가 마약 은닉 장소를 파악 중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주한 미군을 통해 군사 우편으로 합성 대마를 들여와 유통한 혐의로 B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주한 미군은 현재까지 20명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