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특사'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는 9일 위원장을 맡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재판이 변호인의 돌발 행동으로 파행된 것에 대해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하는 것을 입막음하려는 것은 마피아 영화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고 사법 방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 전날 이 전 부지사 재판이 파행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우리나라는) 국민이 다 보시는 백주 대낮에 공개된 법정에서 이런 게 통하면 나라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화영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에 보고했고 이후 대북 송금이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혐의를 부인해오던 이씨가 이재명 대표 관련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이화영씨 아내는 남편 진술을 다시 뒤집는 옥중 서신을 남편에게 받아내 공개하더니, 변호인단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 직후 열린 재판에서 이화영씨가 변호사 해임에 대해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지난달 25일 재판정에서 아내가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치는 일까지 있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와 김형태 변호사./조선일보 DB

곧이어 8일 열린 이화영씨 재판에서는 이씨가 법정 변론을 맡겼던 법무법인 해광 소속 서민석 변호사 대신 법무법인 덕수 소속 김형태 변호사가 나왔다. 민변 창립 멤버인 김형태 변호사는 3년 전 무죄판결이 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김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덕수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고문료를 3010만원 받아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이 법정 변론을 맡겠다고 했지만, 이화영씨가 거부했다. 이화영씨는”(덕수가 아니라) 해광의 도움을 받아 다음 기일에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변호사 선임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충돌했다. 검찰은 “이씨가 국선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화영씨에게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인해 사실과 다른 자백을 했다는 진술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의 변론이) 이화영씨의 입장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김 변호사는 “당신(검사)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 질렀다. 검찰은 “당신이라뇨.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이 “(김 변호사가) 진술 조서를 오로지 부인하는 ‘미션(임무)’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김 변호사는 “재판장님. (검사가) 미션을 얘기하는데 놔두시는 거냐”고 했다. 재판장이 “변호사님”이라며 큰 소리로 김 변호사를 제지하자 김 변호사는 “왜 소리를 지릅니까. 40년 동안 이런 재판은 처음 해본다”며 법정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