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경남에서 소방당국과 경찰이 물살에 갇히거나, 휩쓸린 주민을 잇따라 구조해 인명피해를 막았다.
10일 오전 9시 3분쯤 경남 창원시 대암고삼거리. 이곳에 배치돼 차량 통제와 침수대비 근무를 하고 있던 경남경찰청 제2기동대 소속 박준희 경위와 홍준성 경장의 눈에 긴박한 장면이 포착됐다.
한 때 시간당 60mm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내려 물에 잠긴 도로에 6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빠져 있던 것. 도로 위 물은 마치 급류처럼 빠르게 흘렀고, 이 여성은 몸을 가누질 못하고 급류로 변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박 경위와 홍 경장은 급히 여성을 쫓아가 붙잡았다. 하지만 물살이 세서 세 사람이 함께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박 경위 등은 100m 정도 떠내려가다 몸을 일으켜 여성을 구조했다.
이 사연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사진을 찍어 주민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구조된 여성은 주차한 차량을 옮기기 위해 나왔다가 물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옷이 찢어지고 등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어 출동한 119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았다.
여성을 구하려던 박준의 경위는 손가락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3분쯤에는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광려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하천 중간지점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밧줄 등을 이용해 30분 만에 할머니를 구조했다. 이 할머니는 산책을 나섰다가 하천물이 불어나자 중간 지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한편, 태풍 카눈의 길목에 놓인 경남에서는 새벽부터 많은 비와 함께 강풍이 불어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는 오전 10시 기준 277건에 달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9시 26분쯤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도로에 물이 차올라 차량이 진흙에 갇혔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배수작업을 벌이고 차량을 빼냈다.
오전 6시 38분쯤 통영시 북신동 버스 정류장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노끈으로 정류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결박했다. 오전 6시 10분쯤 함안에서는 집이 무너졌다. 다행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에서는 아파트 벽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km 지점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로 토사가 쏟아졌다. 차량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집중호우가 내린 창원 곳곳에는 도로가 침수돼 출근길 불편이 이어졌다. 성주동부터 소계지하차도까지 이어지는 창원대로 10㎞ 상당 구간에 곳에 따라 10㎝ 안팎 빗물이 차오르면서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창원시 성주동과 대방동 일원에는 도로가 흙탕물로 뒤덮이며, 경찰이 급히 차량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