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10일 오전 6시 19분쯤 경남 거제 능포동 한 아파트 벽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경남소방본부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태풍 길목에 놓인 부산·경남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태풍 상륙 전인데도 초속 30m의 강풍과 시간당 60㎜에 가까운 폭우를 뿌리면서다.

10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6분쯤 동래구 안락동 한 상가의 지하실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물이 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펌프가 가동돼 침수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전 3시49분쯤에는 부산진구 초읍동에선 큰 나무가 쓰러져 전기가 끊겼고, 오전 3시43분에는 부전동 한 건물 유리창이 깨져 인도로 떨어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오전 4시3분쯤 수영구 망미동 일대 830가구에서 5분 정도 순간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풍에 흔들린 나무가 전선을 끊어 발생한 단전 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의 북상으로 부산 지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점포에서 간판이 떨어져 부산소방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오전 9시 통영쪽으로 태풍 카눈이 상륙하는 경남에서도 태풍이 접근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초속 30m에 가까운 강풍이 불면서 이날 오전 6시 38분쯤 통영시 북신동 버스 정류장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노끈으로 정류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결박했다. 오전 6시 10분쯤 함안에서는 집이 무너졌다. 다행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에서는 아파트 벽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국도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km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불어난 하천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기도 했다.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3분쯤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광려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하천 중간지점에 갇혔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로프 등을 이용해 30분 만에 할머니를 구조했다. 할머니는 산책을 나섰다가 하천 물이 불어나자 건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새벽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창원 곳곳은 도로가 침수됐다. 성주동부터 소계지하차도까지 이어지는 창원대로 10㎞ 상당 구간에 곳에 따라 10㎝ 안팎 빗물이 차 오르면서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한 때 시간당 60㎜의 호우가 쏟아진 창원시 성주동과 대방동 일원에는 도로 상당 구간이 흙탕물로 뒤덮이며, 경찰이 급히 차량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10일 오전 경남 통영시 강구안 주변에서 우의를 착용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태풍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7시 통영 남쪽 70km 해상에서 시속 22km로 북상 중이다. 오전 9시쯤 경남 통영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눈은 이동속도가 느린데다, 이동경로가 한반도를 종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대비도 바빠지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관계자가 북상하고 있는 태풍 '카눈'의 전국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부산시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를 기해 을숙도대교 양방향 통행을 전면 통제했고, 7시 15분쯤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에 차량 진출입을 막았다.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등은 월파 및 침수 우려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등 지하차도도 통행을 막은 상태다.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구간과 부산김해경전철, 동해선 전철도 10일 새벽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경남은 오전 0시부터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를 비롯해 17개 해상교량을 통제했다. 주민 2952명을 인근 경로당 등으로 대피시켰다. 해상 선박 1만3589척도 지난 9일부터 육지에 끌어 올리거나 항구에 선박을 결박하는 등 대피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