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9시 20분쯤 경남 거제에 상륙했다. 태풍의 길목에 있던 경남 창원에는 오전 한때 시간당 6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졌고, 부산에는 순간풍속 초속 35m의 강풍이 불어닥쳤다.

울산, 강풍에 날아간 지붕 - 10일 오전 태풍 ‘카눈’이 덮친 울산 남구 삼산동 가구거리에서 한 가구점 건물 지붕이 강풍에 날아가 도로에 떨어지는 바람에 세워져 있던 차량들이 파손됐다. 기상대에 따르면 당시 이곳에는 초속 14.5m 강풍이 불었다. /김동환 기자

오후 들어 태풍은 방향을 서울 쪽(북북서)으로 약간 틀면서 속도와 강도가 다소 약해졌지만,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피해가 잇따랐다. 오후 6시 현재 대구 군위군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1명이 숨지고, 대구 달성군에선 1명이 실종됐다. 강풍으로 부러진 나무에 부딪히는 등 부상한 사람도 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낮 12시쯤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서는 40대 남성이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강풍에 날아온 합판에 얼굴을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됐고, 오전 8시 49분쯤 충남 부여군 임천면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30대 여성이 나무에 맞아 다쳤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선 불어난 물에 마을 대부분이 잠겼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오전 8시쯤 물이 역류하면서 도로의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바닥을 뚫는 사고가 났다. 당시 시내버스 안에는 기사와 승객 5∼6명이 있었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창원 마산회원구에선 70대 여성이 물이 불어난 하천을 건너지 못한 채 30여 분 동안 고립돼 있다가 119에 구조됐다. 9시 3분쯤 창원 성산구 대방동에서는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키려던 60대 여성이 물에 휩쓸려 100m가량을 떠내려갔다가 현장에 있던 경찰관 2명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창원, 맨홀 뚜껑이 버스 뚫어 - 10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도로의 맨홀 뚜껑이 솟구쳐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올라온 모습. 창원시 관계자는 “폭우로 물이 역류하자 맨홀 뚜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선 오전 6시 40분쯤 하천에 물이 불어 고립된 여성 한 명이 구조됐고, 강원 강릉시 강동면에서도 물에 잠긴 주택에 갇혀 있던 주민 1명이 구조됐다.

강풍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가지 두 개가 부러졌다. 부러진 가지는 북쪽(법주사 쪽) 중간쯤 가지로 지름 15~20㎝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등에 정이품송의 가지가 부러지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오후 1시 10분쯤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 한 교회의 철탑이 강풍에 쓰러져 인근 주택 지붕을 덮쳤다. 소방 당국은 크레인을 동원해 철탑을 제거했다. 이날 과천시 관악산에서는 시속 99㎞ 강풍이 관측되기도 했다.

앞서 오전 6시쯤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도 수령 400년 정도 되는 높이 13.1m·둘레 4.05m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강풍에 쓰러졌다. 반송은 밑동부터 가지가 옆으로 퍼져 자라는 소나무의 종류인데, 이 중 일부 가지가 바람에 부러지면서 바닥으로 쓰러진 것이다.

비슷한 시각 경남 거제시 능포동 한 아파트에서는 벽돌로 된 지붕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 7대가 파손됐고,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에선 강풍에 흔들린 나무가 전깃줄을 건드려 인근 아파트 단지 6곳, 3198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오후에는 강원 지역에 비가 집중됐다. 속초시에는 지난 9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402.7㎜의 비가 내렸고, 오후 2~3시 사이 속초와 고성에는 시간당 91.3㎜, 87.5㎜의 폭우가 쏟아졌다. 낮 12시 13분쯤 강릉시 강동면의 정동천이 범람해 이 일대 주민들이 썬크루즈 호텔로 긴급 대피했다. 속초에서는 주택과 도로 100여 곳이 침수됐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 16개 시·도, 108개 시·군·구에서 1만4153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예천군 등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컸던 경북이 9208명으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