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제기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있지만 일단 아이들한테 교사가 많이 맞는다. 도전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특수교사의 임무이기에 맞아도 그러려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밀학급이 현실인 상황에서는 관리가 힘들다.”
서울의 한 특수교사 A씨는 임용된 지 3년이 채 안 됐다. 최근 서이초 사건으로 불거진 교권침해 논란에 더해 웹툰작가 주호민씨와 관련한 일들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교육열이 치열한 학군에 따라 학부모 대응에 대한 피로도가 더 심하다는 소문들이 다 사실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자폐 증상이 심해 자해하며 생긴 상처에 대해 설명드리려 해도 도리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신 선생님들에 대한 소문이 종종 들린다. 아이 등원시키면서 몰래 녹음기 켜두시는 상황은 주호민뿐만이 아니다. (교사에 대한) 복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교감과 교장 등 관리자에 호소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제 주위 동료 교사들도 사비로 몰래 정신과를 다니면서 버틴다.”
경기도에서 10년째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재 도입된 특수교육법을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법안에 교사를 보호하는 내용은 없다. 우리나라는 통합교육을 기반으로 하는데,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때 장애학생의 도전행동 등으로 학교 내 문제가 생기면 오롯이 특수교사 책임이다. 도전행동으로 외상을 입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에 생기는 오해가 아동학대로 가는 경우도 많은데 특수교사 보호 조치 개정도 필요한 것 같다.”
“관리자에게 말해도 달라지지 않아”
서울의 한 특수학급 교사인 C씨는 특수교사들을 보는 부모들의 시선이 다르다고 말했다. “저만 느낀 것이 아니라 동료교사나 교사 커뮤니티에서도 거론되는 내용인데 학부모들이 일반학급 선생님과 우리를 대할 때 행동이 다른 학부모도 계신다. 아무래도 일반학급은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라 학급을 총괄하는 일반교사한테도 조심스러운 태도인 반면 특수교사한테는 냉정하게 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호민씨의 고소로 직위해제된 특수교사 사례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특수교사의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도, 학교도, 부모도 모두 특수교사에게 특수아동을 맡기는 것만이 능사라는 인식 속에서, 특수교사 한 사람이 오롯이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다 특별한 소명의식을 갖고 일을 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에만 의지해 제도적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처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특수교사들이 일선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주간조선은 취재 과정에서 3명의 교사들과 그들의 현실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과밀학급’의 문제를 꼽았다. 인원이 부족한 곳이 비단 특수교사들만의 현실은 아니지만, 특수학급에서는 그 부작용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교육법도 개정됐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증, 중증 구분 없이 한 학급에 다 포함시키고 교사 한 사람에게 관리를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 행동관리도 더 힘들어진다. 학급마다 다르지만 과밀학급이 되는 경우는 특히 심하다. 교사가 죽어나간다. 특수교육 실무사 한 분과 보조인력으로 사회복무요원(공익)이 있지만 도전행동이 심한 중증장애 아동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오로지 교사의 몫인데 과밀학급이면 도전행동 제어가 여러모로 더 힘들다. 교육을 받은 보조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도전행동이 있는 아이에게 공익요원을 붙여 놓을 수도 없다. 여기에 여학생일 경우 성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도 있어서 맡길 수가 없다.”
B씨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서울 같은 경우 과밀학급을 맡은 교사에게 임금을 더 준다지만 학교마다 과밀학급에 대한 상황이나 처우가 매우 다르다”며 “과밀학급뿐 아니라 실무자 배치가 여유롭게 안 돼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무자가 여유롭게 배치된다고 해도 특수아동에 대한 책임은 결국 특수교사에게 있다”며 “실무자분들 평균 연령대가 40대 이상이고 도전행동 제어 등은 특수교사의 몫인데 특수교사 인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B씨는 “외부 자극이 많아지면 도전행동도 많아지는데 심각한 경우 학급에서도 분리조치된다”며 “이 정도 중증장애 학생들은 특수학교로 가야 하지만 특수교사와 학교 TO(티오·정원인원) 자체가 부족해 자리가 없어 못 가는 현실이어서 처음부터 특수학교로 입학을 하지 않으면 티오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에 중증학생들이 과밀로 있다”며 “서울시 중랑구만 봐도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않아서 특수학교를 가려면 광진구 등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교사를 증원하려면 먼저 특수학교와 학급도 증설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증원과 증설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매년 임용 정원 줄이는 추세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낸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2018년 9만780명에서 2022년 10만3695명으로 증가했다. 학생수 증가에 맞춰 특수교육 교원도 증가했다. 2018년 2만39명이던 특수교사는 2022년 2만4962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신규 임용 특수교사 수를 보면 지난해 894명에서 올해 349명으로 545명이나 줄었다. 임용 정원을 매년 줄이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교육 전문가는 “전년 대비 특수교사 임용이 현저히 줄었다. 장애아동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보고 임용해야 하는 교사 수는 매년 편차가 크다”며 “장애학생이 늘어나며 교사 충원 등 개선 요구는 많아지고 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주씨 사건처럼 교사가 정직된 상태의 경우 누가 해당 반을 맡는지도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기간제 교사가 투입되는데 이것도 큰 문제다”라며 “해당 학교의 특수교육 시스템을 잘 파악한 것도 아니고 긴급으로 투입된 데다 장애학생이라는 특성 중 환경변화에 민감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해당 반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행법상 초등특수교사 1명당 학생 4명을 기본으로 맡는다. 또 특수학생의 지역별 분포 등을 고려해 배치 기준의 40%를 가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교사 1명이 최대 5명까지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특수교사 임용을 해도 학생이 몰려있는 곳은 6명 이상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오는 2027년까지 관내에 특수학교 1곳과 일반학교 특수학급 259개를 신·증설하고 유치원에는 만 3~5세 연령별로 1명씩 특수교사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증원이 부족한 현실과 숫자에 의한 인원 배치가 아니라 장애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애 특성 따라 학급 배치해야”
김라경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육법에 의해 특수학급 1개당 최대 학생 수는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특수교사가 통합학급 교사와 협력한다 해도 장애학생에게 개별적 지원을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동부에서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지만 학교에서는 장애 정도를 고려한 학급의 설치기준이 없다”며 “단순히 한 학급당 몇 명이라는 학급설치 법정 기준으로는 학급을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중복 장애 학생이나 도전적 행동이 빈번하거나 정도가 심한 학생의 경우는 이러한 기준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전적으로 특수교사에게 너무 맡겨져 있는 통합교육 시스템에 대해 돌이켜보고 분리교육에 대한 인식 역시 개선해야 한다”며 “특수학급은 통합을 지원하는 곳이지 문제가 생겼을 때 비장애학생과의 분리를 위해 장애학생에게 징벌적으로 배치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한 “지난 14년 동안 유치원, 초·중등 모든 예비교사들 양성과정에서 특수교육학 개론 2학점을 의무 이수했다. 하지만 교육부 행정예고에 따르면 디지털 교육 교직소양과목이 신설되며 예비교사들이 특수교육학 개론을 이수하지 않아도 교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며 “일반교사들이 통합교육을 위한 개론적 지식을 습득하도록 보장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로 어떻게 보면 그동안 서서히 변해가던 통합교육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후퇴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수교육학 개론 의무 이수를 보장하고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부터 교사 연수 시스템에 도전적 행동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현장의 고충을 개선하기 위한 특수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표류 중이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10월 낸 특수학교의 학급 및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당 1인 이상의 지원인력을 제공토록 하는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은 계류 중에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교육과정 구분 없이 서로 다른 장애유형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장애유형별 학급 편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발 개정안도 여전히 본회의 심의조차 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다.
아동학대 신고 속 위태로운 특수교사
주씨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 특수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학대신고를 당한 교사들은 심급별로 모든 불복절차를 거칠 경우 최대 15단계의 법적 분쟁 절차를 거치며 수년간의 소송전을 감수해야 한다. 교사가 설 자리도 위태롭다. 2년 전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 혐의 수사 대상이 되면 직위해제가 가능해져 학대신고 조사 중에는 교단에 설 수 없다. 복직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도움을 받을 제도도 마땅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교원치유지원센터에서 최근 4년간(2018~2021년) 교사의 소송비를 지원한 횟수는 31건에 불과했다.
2007년 장애인 및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에게 교육 기회와 양질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도 38조항 가운데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하나밖에 없다. 제13조2에 의하면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인권침해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고 신고시스템을 구축·운영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외에 구체적으로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없다.
김진우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는 “교육당국이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완충장치 없이 교사를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굉장한 허점이다”라며 “특수교육법을 비롯해 교육법에서도 무분별한 학부모의 고소·고발로부터 지켜줄 법안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어떻게 보면 현재 법체계가 평면적으로 쓰이다 보니 교사 대 학부모라는 대립구도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분쟁이 생겼을 때 행정심판 전치주의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법조인을 포함한 위원회 마련이나 국선변호인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등 교사의 신분을 보장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특수교사의 처우부터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 8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현장 특수교사들과 ‘특수교육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고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학교에 특수교사 수를 확대하고 과밀인 특수학급에는 교사를 추가 배치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특수교사 혼자 모든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 교육활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수교육대상자를 고려한 교권보호 대책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