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통영지원 전경./뉴스1

생후 5일 된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후 하천에 유기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종범) 심리로 24일열린 일명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의 친부 A(20대)씨와 친모 B(30대)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A씨 등이 지난해 9월 9일 경남 거제 거주지에서 생후 5일 된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 새벽 시신을 비닐봉지에 싸 인근 하천에 유기했다는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A씨 부부는 인과관계 등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며 “이들의 성장배경과 조부모와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호관찰소의 ‘판결 전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판결 전 조사는 유죄 피고인에 대한 적합한 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결정하기 위해 인격과 환경에 관한 상황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양형의 기초 자료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A씨 등은 출산 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지자체의 전수조사 과정에서 범행이 들통났다. 당초 아동 소재를 묻는 공무원에게 A씨 등은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거짓 진술했다. 하지만 통상 입양을 위해서는 출생신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공무원이 추궁을 이어가자 “아이가 이미 숨졌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둘을 시체 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경찰에게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 “아이를 산에 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 진술이었다. 아이는 A씨 부부가 목 졸라 살해했고, 시신은 야산이 아닌 하천에 던져 버렸다. 아이의 시신은 끝내 찾질 못했다.

지난달 4일 경찰이 경남 거제시 고현동 신현제1교 주변에서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해 영아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 출생 사실을 양가 부모가 알게 될 경우 서로 헤어지게 될 것을 우려해 계획적으로 아이를 살해했다. 검찰은 ‘시신 없는 살인’이 될 것으로 보고 수사 초기부터 경찰과 협력해 혐의 은폐를 준비한 인터넷 검색기록,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확보해 범죄사실을 규명했다.

검찰 등은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범행 당일 주거지에서 13개의 사진 파일이 생성된 것을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A씨 등을 조사한 결과 “범행 당일 오후 4시쯤 아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냉장고에 넣은 뒤 일상적 활동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범행 전 자신들의 범죄와 유사한 영아 살해 사건들을 검색하고, 범행 후 시체 유기장소를 물색하며 이동한 사실도 알아냈다. 결국 이들은 “출산 3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살해했다”고 검찰에 털어놨다. 검찰은 A씨 등이 출산 후 당황하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이 아니라, 죄의식 없이 계획적으로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9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