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현장 인근에서 경찰들이 일대 순찰을 하고 있다. 칼부림 사건 이후 경찰은 일대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구대, 기동대, 자율방범대 등 많은 인력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시 내 31개 경찰서 본서 근무 인력은 모두 정원을 초과한 반면,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의 절반가량은 정원 미달 상태인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조직 구성 및 인력 배치가 범죄가 생활 밀착형으로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시 내 각 경찰서 정원, 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31개 경찰서 본서에는 서별로 적게는 5명, 많게는 43명의 경찰관이 정원보다 더 많이 배치됐다. 전체 인원으로 보면 서울 내 31개 경찰서 본서에 배정된 정원(1만619명)보다 559명 많은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기본 정원은 서울청에서 정하고, 지역 경찰서장이 수시로 배분한다”며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본서부터 메우고, 일선 경찰들이 지구대·파출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31개 경찰서 산하의 지구대·파출소는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서울시 내 지구대·파출소 243곳 중 112곳(46.1%)에서는 정원(1만556명)보다 부족한 인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정원을 채우려면 465명이 충원돼야 한다. 현재 본서에 배치된 정원 이상 근무 인원(559명)을 지구대·파출소로 재배치할 경우, 치안 공백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정우택 의원은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이 치안의 최전선인 지구대·파출소보다는 후방에 쏠려 있는 형국”이라며 “전면적인 경력 배치 및 조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신림역 흉기 난동, 신림동 대낮 성폭행·사망 사건이 일어난 관악경찰서의 경우 본서에는 정원(414명)보다 43명이 많은 457명의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서초경찰서와 함께 서울시 내 31개 경찰서 본서 중 정원 초과 인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분석된다. 서초경찰서 본서 역시 정원(415명)보다 43명 많은 458명이 배치돼 있다.

관악서 산하 지구대·파출소 중 상당수는 정원 미달이었다. 9곳 중 6곳(66.6%)은 인원이 부족했는데,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현장 대응에 나섰던 신림지구대는 정원(69명)보다 8명 적은 61명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지구대, 파출소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심야 특정 시간대엔 50대 이상 경찰관 2~3명만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결국 신고를 접수하고 1차적으로 범인을 제압해야 할 초동 조치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경찰서 본서에는 인력이 많고, 지구대·파출소에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경찰이 옛 인원 배정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청과 각 지방청 중심으로 인력 배치가 결정되다 보니 결국 우수한 인력은 모두 지방경찰청, 본서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서에서 인력을 충원할 땐 각 팀장이 지구대, 파출소 내 유능한 젊은 순경들을 빼오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20~30대 경찰관이 4교대 근무 등 열악한 지구대·파출소 근무 환경을 꺼리는 것도 인력 편중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최근 발표한 ‘의경 재도입’ 방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인력 재배치를 위한 내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선 올해 상반기에만 1000명가량 늘어난 수사 인력을 대폭 줄여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