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14일로 1년을 맞았다. 직장 동료였던 전주환(32)에게 스토킹을 당했던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전주환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사건이다. 이후 각종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은 계속 증가세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코드0(제로)’ 발동 건수는 2020년 1419건에서 2022년 6245건으로 급증했다. ‘코드0′는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범죄에 대해 발동되고, 경찰은 최단시간 내 출동해야 한다. 작년에 하루 평균 17.1회꼴로 ‘코드0′가 발동된 것이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경찰 차원의 신변 보호 조치는 2021년 1428건에서 작년 7091건으로 늘었다.
스토킹·데이트 폭력 급증은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020년 4513건에서 2021년 1만4509건, 작년 2만9565건이었다. 2년 사이에 6.5배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8월 기준으로는 2만1815건인데 연말까지 3만5000건을 넘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데이트 폭력 신고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7만790건으로 2020년 4만9225건의 1.4배를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현행법과 시스템으로는 증가세를 멈추게 하기도 버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데이트 폭력은 가해자가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힌다는 특징이 있다. 추가 범죄를 막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한 조치로는 경찰이 취하는 ‘긴급 응급 조치’와 법원이 명령하는 ‘잠정 조치’가 있다. ‘긴급 응급 조치’는 가해자의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 통신 금지를 경찰이 직권 명령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결정된 ‘긴급 응급 조치’를 가해자들이 위반한 비율은 11%였다.
이와 별개로 법원이 결정하는 ‘잠정 조치’에는 네 가지가 있다. 잠정 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접근 금지, 3호는 연락 금지, 4호는 구금이다. 2021년 10월~올 7월, 잠정 조치 1만2008건 가운데 8%(955건)가 지켜지지 않았다.
재발 위험이 가장 클 때 내리는 잠정 조치 4호는 가해자를 최대 1개월 동안 유치장·구치소에 가둘 수 있다. 경찰은 ‘잠정 조치 4호’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2021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잠정 조치 4호’를 1913건 신청했는데, 법원이 받아들인 건 874건(45.6%)이었다고 한다. 2호와 3호를 법원이 받아들인 비율은 90%대였다.
지난 7월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3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살해했다. 이 남성은 ‘잠정 조치 2·3호’를 받은 상태였다. 이 남성은 이를 무시한 채 옛 연인에게 접근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초 피해를 신고한 시점이 강력 범죄 발생을 막는 최적기”라며 “법원이 잠정 조치 4호에 여전히 소극적 입장인 건 아쉽다”고 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인신 구속과 연결되는 조치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나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 사건 1295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385건 중 33%(126건)가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 기각 122건(32%), 벌금형 106건(27%)이 뒤를 이었으며, 징역형은 21건(5.4%)이었다. 정우택 의원은 “사법부가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13일 스토킹 피해자가 거주지를 옮길 경우 이주비 200만원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사는 곳을 옮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민간 경호인 2명을 배치해 근접 경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