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로펌으로 이직한 경찰관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이 늘면서 ‘경찰 전관(前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인사혁신처가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경찰 36명이 로펌 이직 심사를 요청했고 이 중 31명(86%)이 재취업 허가를 받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경찰은 직무와 관련된 민간 기업에 바로 취업할 수 없고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31명 가운데 일선 경찰서에서 계장·팀장급으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경감(18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정(6명), 경위(3명), 총경(3명), 경무관(1명) 순이었다.
앞서 2022년에는 심사 대상에 오른 경찰 48명 중 37명(77%), 2021년에는 경찰 50명 중 48명(96%)이 로펌 취업 허가를 받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1월 이후 올 8월까지 경찰관 116명이 로펌으로 옮긴 것이다. 이들 가운데 74명은 법무법인 YK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김앤장(9명), 화우(5명), 광장·율촌·세종(각 4명) 순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의 로펌 이직은 드문 일이었다. 2019년엔 3명, 2020년에는 4명이 로펌에 채용됐다. 검사나 판사에 비해 경찰 출신을 영입할 필요성이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 대상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고 한다. 한 로펌 관계자는 “경찰 사건의 경우, 판검사 출신들은 경찰 내에 인맥이 없어 활동에 한계가 있다”면서 “경찰 출신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A 법무법인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에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어,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 없음을 입증한다면 불송치 결정으로 조기에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서도 수사 절차를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경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홍보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로펌 이직 경찰관의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찰 내에선 수사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베테랑들이 로펌으로 빠져나가면서 일선의 업무 부담이 늘고 수사 지연에 따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조은희 의원은 “경찰 전관예우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