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 축제’에 경찰 추산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작년 핼러윈 참사 이후 열린 최대 규모 축제였다. 서울시와 경찰, 행사 주최 측인 한화는 예년보다 안전 요원 배치를 대폭 늘려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일부 거리에선 인파가 갑작스럽게 몰리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고,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 역시 반복됐다.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된 세계 불꽃 축제에는 한국과 중국이 총 10만발의 폭죽을 쏘아 올렸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이날 아침부터 명당을 차지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시민은 잔디밭에 돗자리와 텐트로 자리 잡았다. 행사 시작 시각이 가까워지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경찰과 주최 측은 곳곳에서 길 안내를 했고 혼잡 구간이 생기면 곧바로 인파를 분산시키려 했다. 이날 행사 관리를 위해 동원된 인력은 7600여 명이었다. 핼러윈 참사 직전이었던 작년 6000여 명보다 30%가량 늘어난 숫자다. 경찰은 기동대 10개 중대(600여 명)와 교통경찰·교통관리 요원 460여 명 등 총 1000여 명, 한화는 전년 대비 16% 증원한 3400여 명을 투입했다. 서울시도 작년보다 26% 늘어난 3200여 명을 배치했다. 공원에는 경찰이 30~40m 간격으로 배치돼 안전관리를 했고, 주최 측 봉사자들도 통행 구역 곳곳에서 형광봉을 든 채 시민 이동을 안내했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몰리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좁은 통로에서는 오가는 사람들이 뒤섞여 통행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꽃 축제에서 다친 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구급대원 현장 처치 73건이 발생했다. 의약품 제공도 17건 있었다. 부상자는 모두 경상으로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20대, 30대 여성 2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파에 밀려 숨이 막히거나 한 것은 아니고 저혈압 등 증상을 보였다고 들었다”며 “두 명 다 괜찮은 상태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이 마포대교 인도와 차도 사이 난간을 넘나들자 경찰들은 “위험하니까 내려오세요”라고 소리 질렀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김모(42)씨는 “한강공원 통행로 곳곳에서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멈추지 말고 계속 걷도록 인파 관리를 했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 통제가 잘되지 않는 느낌이었다”며 “귀갓길엔 원효대교 북단 육교가 사람이 많아 흔들려 덜컥 겁도 났다”고 했다. 주최 측이 자전거 이용을 금지했지만 일부 시민은 이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행자와 부딪히기도 했다.
세계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최고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강변북로에 차를 세우거나 도로에 내리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서울 교통정보 포털(TOPIS)에 따르면 불꽃 축제 시작 직후인 오후 7시 40분 성산대교 북단에서 양화대교 북단 구간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3㎞대까지 떨어졌다.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멈춰 서자 “빨리 지나가라”며 경찰이 형광봉을 흔드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흐름을 막는 차량이 꽤 있었지만 견인 조치까지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면이 있어서 계도 위주로 마무리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마포대교 남단부터 63빌딩 앞(여의동로)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이 구간을 오가는 버스 20개 노선은 모두 임시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인근 여의나루역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폐쇄됐고, 그전에는 현장 인파 상황에 따라 일부 무정차 운행이 시행됐다.
불꽃축제가 끝난 뒤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는 무단 투기 된 쓰레기가 쌓였다. 바닥에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은박 돗자리 수십 개와 간이용 책상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돗자리 주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맥주 캔, 치킨 포장 박스, 치킨 뼈 등이 나뒹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환경 미화원들이 밤샘 작업을 했다”고 했다. 이날 집계된 쓰레기양은 70t으로, 작년 50t보다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