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류수자(80)씨는 다음 달부터 노인복지관에서 ‘전자상거래 배우기’ 강의를 듣기로 했다. 지난 7월 한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서 모자를 구입하려다가 사기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주문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류씨는 “카드 번호, 비밀번호 등록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는데, 혹여 개인 정보가 샐까 봐 걱정됐다”며 “주변에 입금하고도 물건을 받지 못하는 사기 사례가 많다고 들어 이참에 안전하게 인터넷 쇼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다”고 했다.

65세 이상 ‘실버 세대’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노인들의 인터넷 송금이나 쇼핑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친화적이지 않은 디지털 환경에 노인들은 인터넷 금융거래를 지레 포기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장모(69)씨는 세입자와 전세 계약이 끝날 때 딸에게 부탁해 돈을 보낸다고 한다. 장씨는 “스마트폰은 물론 인터넷 뱅킹도 할 줄 모르는데, 요즘은 다 현장에서 만나 바로 인터넷으로 돈을 보낸다”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때 딸한테 부탁해 돈을 보낸다”고 했다. 장씨는 인터넷 뱅킹을 일부 사용할 줄 알지만, 거액이 오가는 거래가 잘못될까 봐 불안해 직접 돈을 부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 쇼핑에선 노인들이 사기 같은 범죄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68)씨는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다. 박씨는 “코로나 사태 당시 재난 지원금 안내 문자를 받고 스마트폰으로 지원금을 받으려 해봤는데, 엉뚱한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를 입력한 적이 있다”며 “뒤늦게 한 달에 1000원씩 빠져나가는 결제를 했음을 알게 돼 아들에게 연락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사기를 겪을까 봐 휴대전화로 돈이 나가는 일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김모(65)씨는 “자식한테 인터넷 쇼핑 결제를 매번 부탁하는 것도 괜히 미안하고 눈치 보일 때가 많다”며 “이참에 주민센터에서 인터넷 쇼핑을 배워보려 한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60대의 인터넷 쇼핑 이용률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7.5%에서 작년 42.4%로 2배 이상이 됐다. 70세 이상의 인터넷 쇼핑 이용률 역시 2019년 15.4%에서 작년 23.5%로 약 1.5배가 됐다. 노인들의 인터넷 뱅킹 이용률도 상승 추세다. 60대는 2019년 26.9%에서 작년 53.5%로 높아졌고, 70세 이상은 같은 기간 6.3%에서 20.6%로 올랐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을 꺼리는 노인은 여전히 많고, 노인 겨냥 인터넷 사기는 증가 추세다. 특히 노인 상당수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피싱성’ 광고로 피해를 본다고 한다. 작년 한 해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한 쇼핑 피해는 총 358건인데, 피해자 41.3%(148건)가 50대 이상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판매자의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등 미심쩍은 인터넷 쇼핑 때는 거래를 즉시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인터넷 쇼핑 경험이 적은 실버 세대가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박재용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거나 해외 결제 가능 신용카드를 요구할 때는 신중히 판단해 거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거래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노인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며 이들을 교육,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 시 ‘아무런 보안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60대가 66%, 70세 이상은 85.1%였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노인이 계속 늘고 있지만, 인터넷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법을 아는 노인은 적다는 의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뿐 아니라 노인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구제받을 정책적 지원과, 이런 피해를 예방할 온라인 거래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