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집단 독성간염이 발생하며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소’가 된 두성산업 대표에 대한 1심에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강희경 부장판사는 3일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했다. 두성산업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함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 16명에게 독성간염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이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대표를 기소한 전국 첫 사례다.
재판부는 “A씨는 사건 발생 전 이미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음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작업자들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돼 급성간염이라는 상해를 입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이 사건 공소 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A씨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다행히 간 수치가 정상 수치로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등)로 기소된 대흥알앤티 대표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대흥알앤티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B씨와 대흥알앤티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다가 근로자 13명에게 독성간염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대흥알앤티는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사실이 인정돼 검찰은 중대재채처벌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독성간염을 일으킨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에 유해 물질이 든 문제의 세척제를 판매한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유성케미칼 대표 C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성케미칼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성케미칼에서 제조한 세척제로 인해 작업자들이 상해를 입게 됐고, 사람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람으로 트리클로로메탄이 미치는 영향을 잘못 해석한 점 자체로 죄책이 무겁다”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피해자 일부와 합의 또는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A씨와 두성산업이 제기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들은 변호인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4조 1항 1호, 6조 2항이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과잉 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법 4조 1항 1호는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법인, 기관이 근로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6조 2항은 4조 등을 위반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등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 등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에 있으므로 법의 균형성을 갖추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는 불특정의 일반인이 아니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으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인 만큼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 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