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합니다” “잘생겼어요” “사진 찍어도 되나요” “사인해 주세요”

24일 오후 2시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 보이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지지자와 학교 학생 등이 뒤섞이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 장관은 미소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시민들에게는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직접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한 장관이 대구와 대전에 이어 울산을 찾았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소 인력 수급 문제, UNIST에서는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들에 대한 지원 등을 논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야당에서는 한 장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실상 총선을 앞둔 정치 활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총선 관련 질문에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후임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엔 “저는 공직자이고, 제자리 후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열린 과학기술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 및 정착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지지자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한 장관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자신의 ‘암컷’ 발언이 논란이 되자 SNS에 ‘It’s Democracy, stupid(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 “인종·여성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직격은 이날 하루 종일 화제를 모았다.

특히 UNIST에서 열린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지지자와 학생들에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교내 도서관 앞에서 30분 넘도록 사인을 해주고,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한 장관과 사진을 찍은 한 학생은 “지지자도 있겠지만, TV에서 본 장관이 눈 앞에 있어서 신기했다”고 했다. 김해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평소 (한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들과 설전에서 시원하게 받아치고, 속 시원한 표현을 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몰려든 인파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원래 행사의 목적은 사라지고, 법무부 장관의 사인과 사진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본관 1층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편, 한동훈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아 “조선소가 인력이 부족해 배를 못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며 “조선업 현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확대 등 인력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산업의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생산 인력이 1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측은 상대적 저임금과 직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 기업의 비전 부재 등으로 내국인 근로자들이 조선업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외국인 근로자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인력난을 버티고 있다.

한 장관은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등 장기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 거주 자격 외국인을 지자체와 기업으로부터 추천받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외국인 이슈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구조로 추진할 것”이라며 “제가 말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은 복지부, 지자체,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에 나뉘어 있던 외국인 업무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의원 발의를 준비 중이다. 국회에서도 충분히 공감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10년 뒤엔 외국인의 자발적 기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외국인 유입에 따른 내국인 불안을 잘 다스리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UNIST를 찾아서는 외국인 교원과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그동안의 출입국 정책이 과학기술 우수 인재에 대한 특별한 대접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과 같은 과학기술 우수 인재들을 대한민국에서 더 오래 공부하고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공부하고 나서 비자 문제 때문에 골치아파 다른 나라로 가지 마시고, 이 부분을 정부가 해결할테니 대한민국에서 더 기여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