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뉴스1

과외 아르바이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정유정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는 24일 오전 부산지법 351호 법정에서 열린 정유정 사건 재판에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검찰은 이에 앞선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1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정유정은 심신미약이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 아니라 살인을 결심한 뒤 며칠에 걸쳐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한 준비에 따라 실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성장 과정에서의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기 처지에 대한 분노,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에 있어 계속된 실패 등에 따른 부정적 감정과 욕구가 살인 등 범행 욕구로 변해 타인의 생명을 도구로 삼아 그 욕구를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친절한 성격으로 이제 막 사회에 나갈 준비 중이었고 피고인과 원한을 산 적도, 일면식도 없었는데 피고인은 왜곡된 욕구 탓에 극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억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정유정 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상세불명의 양극성 충동장애,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며 감형을 요청했다. 정유정은 또 재판이 시작되기 전 주부터 거의 매주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유정은 지난 6월21일 재판에 넘겨졌고 부산지법 형사6부에 사건이 배당된 뒤 지난 7월14일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선고는 재판 시작 후 20주 만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범행을 뉘우칠 준비가 돼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20대의 피고인이 남은 인생살이 중 교화돼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알게 된 부산 금정구 피해자 A씨 집에서 흉기로 또래 여성인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유정은 A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으로 가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그러나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또 검찰의 사건 기소 후 추가 수사 과정에서 정유정이 피해자 A씨를 알게 됐던 과외 아르바이트 앱에서 A씨 외에 다른 2명에게 추가로 접근, 범행을 하기 위해 만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혐의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