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골목에 불법 가벽을 증축해 피해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밀톤 호텔 대표 이모씨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불법 증축한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76)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1심 선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11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396일만이다.

이씨는 해밀톤호텔 서쪽에 구조물을 구청에 신고 없이 불법으로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 등으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세로 약 21m, 폭 약 0.8m, 최고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 가벽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세워 건축선을 약 20㎝ 침범하고 도로를 좁게 해 교통에 지장을 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참사 당시 이 가벽으로 좁은 골목이 더 비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해당 철제 패널은 호텔에 대한 외부 침입 차단이나 내부 시설물 보호용으로 지어진 것으로서 담장에 해당하고 해당 담장이 도로를 침범하는 것도 인정한다”며 “담장은 호텔 벽면을 따라 일직선으로 지어졌고 건축선을 넘은 정도도 크지 않아 검사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밀톤 호텔 별관에 위치한 라운지바 ‘프로스트’ 대표 박모씨(43)와 임차인 안모씨(40)에겐 각각 벌금 1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밀톤호텔 법인 해밀톤관광은 800만원, 프로스트 법인 디스트릭트는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과 라운지바 인근에 철제 패널 등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점거해 교통에 지장을 준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