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경기상고를 꺾은 물금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물금고는 이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던 학생들에게 꿈을 맘껏 펼칠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나서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이종인 물금고 교장)

지난 7월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해 ‘그라운드 위 기적’이라는 찬사가 붙은 경남 양산 물금고 야구부에 또 한 번의 기적이 찾아온다.

양산시는 오는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물금고 야구부를 위한 기숙사와 실내연습장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양산시는 물금읍 가촌리 산 3번지 일원 1만 4944㎡ 중 시유지 6142㎡를 제외한 8802㎡를 매입하는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도 예산에 매입비 4억3600만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4일 양산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예산안은 다음주쯤 심의를 앞두고 있다.

양산시가 부지를 확보하면 시설 설치는 부영그룹이 맡는다. 부영그룹은 이곳에 2025년 12월까지 전체면적 660㎡ 규모 실내연습장 1개 동, 지상 3층(전체면적 990㎡) 기숙사 1개 동을 건립해 경남교육청에 기부한다. 기숙사와 실내연습장 운영은 물금고에서 맡는다.

올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대구 경북고가 우승했지만, 대회 내내 이슈를 몰고 다닌 것은 결승전 상대였던 양산 물금고였다.

물금고는 2015년 창단해 신생팀 축에 속하는 팀이다. 2020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대부분 중학교 우수 선수들이 부산·경남 지역 야구 명문고에 진학하는 현실 속에서 대회 출전 때마다 최약체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청룡기에서 물금고는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통 강호를 잇달아 꺾으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별도 기숙사가 없어 임대 아파트 3채를 빌려 학년별로 합숙 생활을 하고, 사회인야구를 위해 조성한 임시 야구장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둔 괄목할만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 위의 기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7월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경북고 대 물금고 청룡기 결승전. 물금고 학생들이 열띤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조선DB

물금고 선수들의 분투에 기적은 이어졌다.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전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며 야구부에 1000만원을 후원했다. 이때 야구부에 기숙사와 실내 연습장이 없다는 말을 들은 천 회장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 기숙사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학생들의 저런 의지와 투지라면 우리나라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야구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나갈 동량들이 희망을 갖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기숙사 등 시설 조성을 약속했다.

여기에 기숙사 부지는 양산시가 나서 마련하기로 서로 의기투합을 이뤘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2011년 양산 원동중과 2015년 물금고 야구부 창단을 지원했던 인연이 있다.

이종인 물금고 교장은 “전례 없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천신일 회장, 이중근 회장, 양산시 등 물금고 야구부가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승영 물금고 야구부 감독은 “지난 7월 청룡기 대회 때 경기 장면, 더그아웃 때 파이팅 하는 모습, 학부모의 응원하는 모습 등 아직도 생생하다”며 “많은 성원을 받는 만큼 다시 한번 그 모습을 재현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연습하고 있다. 우리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