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분을 내세워 근무지 일대 주점을 돌면서 외상으로 술을 마시고 폭행과 난동을 피워 파면된 30대 전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 임길섭)는 사기 및 업무방해, 상해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창원중부경찰서 경찰관(경장)이던 지난 10월부터 11월 7일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지구대 인근 창원시 상남동과 부산 일대 주점·노래방·식당 등에서 술값과 식사 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술값을 외상 처리했다. 그는 ‘나중에 지인이 계산한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휴대전화를 맡기는 방법을 썼다. 다음날 휴대전화를 찾아가면서는 “급히 와서 현금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외상값을 일부만 갚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서 확인한 피해 신고는 6건으로, 피해 금액은 약 200만원이었다.
A씨는 또 지난 10월쯤 창원시 성산구 노상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행인의 목을 팔로 조르는 ‘헤드락’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때린 혐의도 받는다.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경남경찰청은 10월 16일 A씨를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직위 해제했지만, A씨는 직위 해제된 상태에서도 외상 술 마시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6일 오전 3시쯤에는 상남동 한 주점에서 술값 8만원을 내지 않고 난동을 피웠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면서 행패를 부렸다. 그는 이밖에도 경찰관 신분으로 청소업체를 창업, 고용한 직원 4명의 임금을 주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9일 구속됐으며 경남경찰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품위유지 의무와 겸직금지 의무 등을 위반한 A씨를 파면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중징계)과 감봉·견책(경징계)으로 나뉜다.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중징계로 퇴직급여가 최대 50% 감액되고, 5년 동안 공무원 취업이 제한된다.
주점 업주 등 피해자들은 A씨가 현직 경찰이어서 제때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국유흥음식업 창원시지회는 ‘상남동에서 형사라고 칭하는 손님이 외상으로 술을 마신다. 주의를 바란다’는 취지의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등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요구되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서민들을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범하는 경우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