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소 유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와 경제 저성장의 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인구 4만여명의 경남 합천군이 수백억원의 지원금이 걸려 있는 양수발전소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유치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에 몰린 농촌의 절박함이 기피시설을 효자시설로 만들었다.
25일 경남 합천군에 따르면 지난 19일 합천체육관에서는 두무산 양수발전소 유치를 염원하는 바르게살기운동 합천군협의회 회원 한마음대회가 열렸다. 회원들은 이날 ‘양수발전소 유치를 적극 지지합니다’ ‘두무산 양수발전소는 군민의 손으로 유치하고 건설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양수발전소 유치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경제 저성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며 양수발전소 유치에 힘을 모아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앞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경남 합천군지회 한마음대회, 합천자원봉사협의회 자원봉사자 한마음대회 등에서도 ‘양수발전소’가 행사의 중심이 됐다. 합천군 거리마다 ‘양수발전소 최적지는 합천군 두무산이 정답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양수발전소 합천으로 오세요’ 등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합천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묘산면 산제리와 반포리 일원에 설비용량 900MW의 양수발전소를 짓겠다고 신청했다. 양수발전소는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고 필요할 때 다시 하부댐으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신규 양수발전소 2~3개 건설 후보지를 연내 또는 내년 초 선정할 계획이다.
양수발전소 유치에는 합천뿐만 아니라 충남 금산군, 경북 봉화와 영양군, 전남 구례와 곡성군 등도 뛰어들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로 지역소멸 문제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곳들이다. 발전소라도 지역에 유치하면 수백억원의 지원금이 떨어지고, 발전소 직원부터 관광객 등 지역을 찾는 사람이 생긴다는 계산 때문에 양수발전소 유치에 적극적이다.
보통 발전소 같은 공공의 시설을 세울 때마다 주민 반대·환경 문제 등을 앞세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에 부딪혀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주민은 이주해야 하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천군 등에서는 “어서 와달라”는 ‘임비(YIMBY·In my backyard)’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어떤 수를 써도 줄어드는 인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내 고장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절박함에서다.
양수발전소를 유치하는 지역에는 50년간 수백억원이 지원된다. 발전소 건립에는 최소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된다. 합천군은 양수발전소를 유치할 경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지원사업비, 기본지원사업비, 사업자지원사업비 등 약 825억 원 이상의 지역발전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해마다 12억 원의 재산세, 지방소득세 등 장기적인 세수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수발전소 건설로 지역민 13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한다. 발전소와 연계한 관광지 개발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남 무주군에 설치·운영 중인 양수발전소에는 연간 홍보관 15만명, 와인굴 20만명, 상부 저수지에 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양수발전소 후보지 선정 기준에 있어 부지의 적합성과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주민 반대가 없는 게 가장 우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천군에서는 지난해 연말 묘산면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72.9%의 찬성으로 양수발전소 유치를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이후 유치청원 동의서 서명운동을 펼쳐 묘산면 주민 83.98%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합천군 관계자는 “합천에는 이미 합천댐의 수력발전소, 전국 최대 수상 태양광발전단지, 태양광발전소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양수발전소를 유치하면 에너지원이 집적화된 신재생에너지 벨트 구축이 가능하다”며 “지리적으로도 900MW의 대규모 설비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별도 관리지역이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지 않는 곳이라 환경의 적정성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