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강남역에서 총기를 난사하겠다’는 살인 예고글을 올려 구속 기소된 30대 회사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 김재윤 판사는 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강남역 화장품 매장에서 칼부림 노노. 엽총 파티 간다”는 등의 글을 올려 게시글 열람자와 112 신고자, 강남역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시민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한 의류 매장을 찍은 사진을 첨부하며 “사진은 사전 답사 때 찍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칼 따위에 휘둘리냐, 난 엽총으로 파티하겠다. 남성 11명, 여성 7명을 쏘고 깨끗하게 감방에서 평생 살겠다. 경찰도 쏘겠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왔을 때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사회적인 불안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해 경기 군포시에서 작성자인 A씨를 붙잡았다.
김 판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해악 고지와 공포심을 느낄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A 씨는 게시글에 당시 존재하지 않던 화장품 매장에서 엽총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불특정한 다른 업종 매장 사진을 올려 대상 장소와 사진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사건 당시 112 신고자와 게시글 열람자가 다른 지역에 거주해 이들이 ‘A 씨가 예고한 날짜에 강남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A씨 행위가 피해자들에 대한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강남역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시민은 피해자별로 사실을 특정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협박 내용이 사실과 달랐고, 그 협박으로 공포심을 느낀 피해자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를 수사하던 중 드러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도권 모텔 등에서 총 33차례에 걸쳐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하고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총기 난사 예고글 게시로 경찰에게 붙잡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촬영 혐의가 발각되면서 함께 기소됐다. 영상에 찍힌 여성들이 특정되지 않아 성매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김 판사는 A씨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점에 대해 “공소 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촬영 횟수가 적지 않지만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인 점과 촬영물이 유포됐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