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경남 의령군 박성용·이계정 부부와 10남매가 포즈를 취했다./김동환 기자

지난 2일 본지 보도로 알려진 경남 의령군 10남매 가족을 위해 서울의 한 장학회가 첫째 예서(20)에게 4년 간 대학 등록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예서는 오는 3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종합병원은 10남매 부모 박성용(50)·이계정(48)씨 부부에게 ‘종합 건강검진’을 선물했고, 개인 후원도 이어졌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이 장학회는 “저출산 시대 10남매 다둥이 가정의 기사를 읽고 감명받았다”며 “아이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아, 기사 속 ‘예비 대학생’이라고 등장하는 첫째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10남매 중 첫째인 예서는 올해 국립대인 부산 부경대 사회계열에 입학한다.

1993년 설립된 이 장학회는 지금껏 수백명 이상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전달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장학회 관계자는 “설립자와 현 이사장의 ‘숨은 선행’의 뜻이 확고해 이번에도 장학회와 관련된 내용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장학회 측은 둘째 예아(18·고2) 등 남은 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주겠다는 뜻도 전했다.

지난달 30일 경남 의령군 집에서 만난 박성용·이계정씨 부부와 10남매가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서서 등번호를 보여줬다. 엄마는 00번, 아빠는 99번, 그 사이 10남매는 01~10번 등번호를 받았다. 왼쪽에서 둘째가 본지 보도로 대학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된 첫째 예서다. /김동환 기자

이 소식을 들은 첫째 예서는 “안 그래도 얼마 전 부모님께 ‘학자금 대출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었는데... 장학금을 주신다니 무엇보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아버지 박성용씨는 “늘 뒷받침을 충분히 못 해줄까 봐 걱정이었는데 부담을 덜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세상에 이런 따뜻한 분이 많을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10남매 가족을 위한 응원과 격려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보도 직후인 지난 5일 오태완 의령군수는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10남매 집을 방문해 “이제부터 10남매는 우리 의령군이 돌보고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오 군수는 작년 5월 태어난 막내 예빛이를 안고서 “이 아기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걱정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날 NH농협중앙회 의령군지부도 10남매 집을 찾아 지역 사랑 상품권 50만원과 유아용품을 전달했다.

창원에 있는 창원한마음병원은 10남매를 낳은 박씨 부부를 위해 100만원 상당 종합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하충식 병원 이사장은 “기사를 보고 10남매를 낳고 기르느라 부부는 정작 자신들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것 같았다”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검진을 해주기로 했고, 검진 결과에 따라 치료가 필요하면 이 부분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하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경남 지역에서 기부와 장학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자선가다. 2011년 고(故) 이태석 신부와 함께 ‘제1회 국민추천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 후원도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암 투병 중에도 박씨 부부에게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직접 보냈다고 한다. 경남 남해군의 한 주민은 유명 브랜드 중고 피아노를 선물하겠다고 했고, 박씨네 가족의 한 달 식비가 300만원 가까이 든다는 이야기에 쌀을 보내온 이웃도 여러명이었다고 한다. 박씨 부부는 “꼭 아이들을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