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 본사를 둔 타일 제조 업체인 삼영산업이 경영 악화로 임원과 종업원 140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삼영산업은 ‘1조원 기부왕’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24일 삼영산업과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삼영산업은 지난 15일 자로 한기문 대표를 제외한 임원과 직원 140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경영 악화에 따른 지급 불능이 해고를 한 사유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된 삼영산업 감사보고서(2020년~2022년)에 따르면, 2020년 자본 잠식에 빠진 후 부채가 늘더니 2022년에는 247억 3444만4227원, 2023년 197억 5699만 349원을 기록했다. 현재 누적 부채는 160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로 파악된다.
건설 경기가 악화돼 건축용 자재인 타일 판매가 부진했고, 원자재와 가스비 인상 등으로 적자가 늘어난 것이 이유였다. 회사는 지난달 1일부터 휴업을 해왔는데, 결국 한 달 만에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설 연휴 2주를 앞두고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망연자실하며 대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임금체불은 없지만, 회사가 직원 퇴직금 32억원에 대한 지급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대부분 평생직장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은데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창업주인 이 전 회장 아들인 이석준 회장도 삼영산업 대표로 있었고 선대의 피땀이 서린 사업장에 대한 책임 의지를 갖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영산업은 지난 1972년 고 이종환 전 삼영화학 회장이 설립했다. 이 회장은 ‘관정이종환교육재단’ 등을 통해 1조 7000억원 상당을 기부해 ‘기부왕’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회사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지난 2002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기부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회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124억 5300만원의 기계장치를 (재단에) 기부한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이 151억5300만원이 발생해 이로 인해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적혀있다. 회사 직원들 역시 이 시기부터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타계하고 나서 그의 자녀들은 적자 상태인 회사의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회사는 현재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데,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을 처지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과 김해시는 기업의 도산 등으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는 ‘대지급금’ 지원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