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에서 정부서울청사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토요일인 3일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같은 시각 신자유연대 등은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참사를 외면하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정부와 국민의힘을 묵과할 수 없다”며 “입법부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두고 “어떻게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믿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이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무책임한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방치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치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그대로 고스란히 돌려주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갔고, 본회의 재표결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아홉 번째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핼러윈을 앞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추가 조사를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특조위가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 돼 있고,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 압수 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에서 정부서울청사로 행진을 마친 후 펜스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뉴스1

이날 참가자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등 구호가 적힌 159개의 현수막을 들고 분향소에서 출발해 종로2가 사거리와 을지로2가 사거리를 거쳐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현수막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기리는 의미로 1부터 159까지의 숫자가 새겨졌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현수막을 정부서울청사와 광화문 광장 일대에 있는 펜스에 묶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행진 대열을 이탈하자 경찰은 “행진로를 이탈해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신속하게 위반 행위를 중단해달라”며 경고 방송했다. 다만 현장에서 검거된 참가자는 없었다.

당초 이들은 이날 분향소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이 금지하자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행진·집회를 허가하면서 참가 인원 등을 일부 제한했다. 이들은 법원의 결정 등을 고려해 행진 경로를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