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화물연대가 노조원 복직과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에서 기습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 공업용 에탄올 생산업체로, 노조는 지난달 13일부터 화물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는 하루 3억원의 손해를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과 회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0분쯤 민노총 화물연대 울산본부 울주지부 알코올지회 소속 송상훈 지회장 등 2명이 울산시 남구 상개동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배기가스 연소탑에 올라갔다.
이 탑은 불완전 연소된 유해가스를 태워 배출하는 굴뚝이다.
이 둘은 ‘물류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 119안전팀과 구급차 등이 배치됐고, 바닥에는 에어매트가 깔렸다.
경찰은 송 지회장 등이 새벽 시간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이용해 공장 담벼락을 넘어 탑에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경비 요원이 무단 침입하는 이들을 발견하고, 제지하려다 충돌을 빚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다친 경비요원은 병원으로 이송한 상태다”며 “얼마나 다쳤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화물연대 울주지부는 지난달 5일부터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앞에서 비조합원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회사를 그만둔 A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부분적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했고, 지난달 13일부터 전면적으로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 탑에 오른 이들도 A조합원의 무조건 복직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출고 차질로 한국알콜산업의 초산에틸 생산공장 일부가 지난 19일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A씨는 지난해 11월 회사에서 비조합원인 B(30대)씨를 폭행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전체 18주 치료를 요하는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찰에서 “노조를 탈퇴했더니, A씨가 업무를 방해했다. 항의를 하니까 폭행했다”고 진술한 반면, 노조 측은 A씨 역시 폭행을 당했고, 욕설도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7·19일에는 화물연대 울주지부장과 조합원 등 15명이 도로 위에 드러누워 회사 차량 출입을 막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의 업무방해로 회사 측은 제품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하루 3억원씩, 전체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알콜산업은 지난달 29일 화물연대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손해배상 등의 민사 소송은 아직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알콜산업은 공업용 에탄올과 초산에틸 생산 업체로 국내 주정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