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 이탈한 지 일주일째에 이르자,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80대 말기 암 환자가 숨졌고, 경남 창원에서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생후 한달도 안된 신생아가 3시간 만에 겨우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26일 대전·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12시 27분쯤 의식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가 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에 실렸으나, 20분쯤 뒤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구급대원들은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시도하며, A씨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병원 7곳으로부터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입원 불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53분이 지나서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A씨는 결국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차에 동승한 환자 보호자가 환자의 호전이 어렵다고 보고 ‘추가적인 응급처치를 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응급처치를 중단한 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A씨는 말기 암 환자로 가정에서 호스피스 진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구급차로 이송됐고, 이송 도중 사망한 것”이라며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한 병원들의 응급실 수용 거부와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서는 올 2월 태어난 남자 아기는 3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 헤매야 했다. 지난 25일 오전 8시 31분쯤 창원시 의창구 중동에서 생후 한달도 안된 남자 아기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신고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삼성창원병원부터 연락했지만, 이송을 거부당했다. 이어 양산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에 차례로 연락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진이 부족해 진료가 불가하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아기는 3시간여 만에 65㎞가량 떨어져 있는 진주경상대병원 응급실에 가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한 사례였다”며 “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송을 마쳤고, 다행히 아기는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보호자는 “항암을 받고 있는데 열이 나서 급하게 응급실에 왔지만 밤새 응급실에서 대기만 했다”며 “간호사들에게 독촉하면 ‘의료진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대답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