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될까 봐 애가 타요.”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 군항제’에 비상이 걸렸다. 올봄 꽃이 빨리 피리라 예상해 개막일을 역대 가장 빠른 23일로 당겼는데 아직도 꽃이 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3월 말은 돼야 벚꽃이 만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해 군항제' 개막을 이틀 앞둔 21일 경남 창원 여좌천의 모습. 올봄 예상치 못한 꽃샘 추위 등으로 벚꽃 나무에 벚꽃이 대부분 피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22일 ‘전농로 왕벚꽃 축제’를 여는 제주도 상황이 비슷하다. 행사장 주변에 이미 현수막과 청사초롱을 내걸었지만 축제의 주인공인 벚꽃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올봄 벚꽃 철을 코앞에 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울상이다. 올해 벚꽃 축제 일정을 길게는 일주일씩 앞당겼는데, 최근 예상치 못한 꽃샘 추위 등으로 꽃봉오리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엿새 이른 29일 축제를 여는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도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축제가 4월 2일 끝나는데 여의도 벚꽃은 4월 3일부터 핀다고 한다”며 “공연팀 섭외까지 끝나 이제 와서 일정을 미룰 수도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여의도 봄꽃 축제 방문객이 작년보다 150만명 적은 35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꽃이 피지 않아 아예 축제 일정을 미룬 곳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22일부터 24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대릉원돌담길 벚꽃 축제’를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강원 강릉시도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 예정이던 경포 벚꽃 축제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올봄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겨울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4.1도로 2월 기온으로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남부 지방에서는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 민간 기상 업체는 지난달 말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3~6일가량 빨리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3월 들어 날씨가 급변했다. 꽃샘 추위 등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꽃이 피려면 따뜻한 날씨가 일정 기간 이어져야 하는데 벚꽃이 필 새도 없이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고 했다.

제주도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했지만 최근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일조량이 줄어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지역별로 벚꽃 꽃봉오리가 열리는 발아(發芽) 시기도 들쑥날쑥하다. 보통 벚꽃은 따뜻한 남부 지방부터 피는데, 올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발아한 지역은 강원 강릉(3월 8일)이었다. 남부 지방인 전남 목포(3월 12일)보다도 빨랐다.

기상청은 “주말인 23일부터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을 회복하고 남부는 낮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오를 것”이라며 “기온만 보면 꽃 피기 좋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26일까지 비나 눈이 오락가락하는 등 변수가 많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