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하고 괴롭혀온 혐의를 받는 경남 양산시의회 김태우 시의원이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사퇴 기자회견문을 읽고 난 후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경남 양산시의회 김태우 시의원이 25일 사퇴했다.

김 의원은 이날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며 “저의 잘못으로 힘든 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 피해자에게 매일 반성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1년 넘게 시의회 직원이던 A씨를 상습적으로 추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의원과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김 의원에게 신체접촉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한다. A씨가 “엉덩이 때리신 건 지나치셨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과한 장난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응. 심하게 장난친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라고 답했다.

경남 양산시의회 김태우 의원이 시의회에서 근무한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김 의원과 직원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또 다른 날 A씨가 “저를 많이 아껴주시는 마음 정말 감사드리지만 아까 뽀뽀처럼 과도한 스킨십은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하자 김 의원은 “미안~ 도와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의미로 한 건데 내가 또 오바했네~”라고 말한다.

경남 양산시의회 김태우 의원이 시의회에서 근무한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김 의원과 직원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이 밖에도 김 의원은 “이쁜이~ 얼굴 보여주세요”라며 A씨를 의원실로 오라고 요구했다. A씨가 바쁘다고 하는 날에는 김 의원은 “애정이 식었다”며 싫은 내색을 보였다. A씨는 우는 표현(ㅜㅜ)을 덧붙이며 “올라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기도 했고, 술자리에 A씨를 부르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김 의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 여성은 이런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 관련 증거 자료를 모아 뒀다가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산시지부가 지난 1월17일 양산시의회 앞에서 직원 상습 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우 양산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 의원은 사건이 알려지자 탈당했다. 양산시의회는 지난 1월 여야 시의원 18명 전원이 해당 시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의회 사무국에 제출해 징계 절차를 밟아왔다.

김 의원은 “시민을 대표해 만들어주신 시의원 자리인데 불손한 일로 걱정과 실망을 안겨줘 어떤 말보다 죄송하다는 표현 말고는 드릴 말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이 시간 이후로 모든 걸 내려놓고 피해자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은 사퇴에 대해서는 “경찰조사에서 해명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답변했고, 피해자에 대해 직접적인 사죄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2차 피해 우려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씨 고소로 김 의원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김 의원을 송치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