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을 맞았다는 이유로 추석 연휴 모친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10대 아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태지영)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15)군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0월1일 오후 5시34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자신의 집에서 40대 어머니 B씨를 흉기로 28차례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다가, ‘명절이라 시끄러운 게 당연하다’며 야단을 맞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외출했다가 돌아온 A군의 부친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난 A군은 범행 1시간 10여분 만에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A군은 가정폭력 때문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A군의 아버지는 ‘평소 아내가 A군을 잘 돌봤다’고 증언했다.
A군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신 장애를 갖고 있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거나, 사회적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현저히 결여됐다”며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사건 발생 당시 A군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행위를 통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대검찰청의 정신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 9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A군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양형 의견으로 1명은 징역 15년, 나머지는 징역 20년에서 무기징역의 의견을 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유무죄와 형량 평결을 내리는 공개 재판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태지영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일하며 피고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소중한 아내이자 어머니를 잃은 유족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고, 작은딸은 보호 시설에 맡겨지는 등 가정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건 범행과 관련해 아무런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국민참여재판 제도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배심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