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뉴스1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뉴스1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 학원인 메가스터디교육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4일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진행 중이다. 메가스터디 역시 수사 대상이다. 경찰 수사를 총괄했던 남 전 본부장의 메가스터디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남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메가스터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메가스터디는 입시 학원 ‘빅(big) 3′ 중 하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남 전 본부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취업 승인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은 퇴직 후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취업하는 경우 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을 근거로 “남 전 본부장이 취업 후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원회의 판단이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메가스터디가 포함된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하고 있다. 특히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에서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같은 문제가 출제돼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이 강사가 메가스터디 소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퇴직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국수본부장이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업체의 사외이사로 간다는 건 누가 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계는 메가스터디가 남구준 전 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이사회는 손주은 대표를 비롯한 1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사외이사는 3명이다. 한 대형 입시 학원 관계자는 “학원가에서 교육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경찰을 간부로 영입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남 전 본부장이 경찰 전직 수뇌부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남 전 본부장은 경찰대 5기다. 윤희근 경찰청장(7기)보다 두 기수 위다. 경남 창원중부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내고 2018년 8월부터 1년 동안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파견 근무를 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측근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문 정부 때 임명된 남 전 본부장은 작년 2월 퇴직했다. 국수본부장은 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를 총괄하고, 수사 경찰 3만명을 지휘하는 경찰 핵심 수뇌부다. 계급도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다. 본지는 남 전 본부장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메가스터디 측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남 전 본부장의 재취업은 윤리위원회의 심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사혁신처가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윤리위원회는 지난 5년간(2019년 1월~2023년 8월) 정부 56개 부처 퇴직 공무원 3371명을 대상으로 재취업 심사를 했다. 이 중 3133건(92.9%)이 취업 가능 및 취업 승인 판정을 받았다. 경찰청은 968건 중 96%인 930건의 취업 승인을 받았다. 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남 전 본부장의 메가스터디 취업 승인에 대해 “재취업 심사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