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A(9)군은 올해 초 휴대전화로 온 광고 문자메시지를 보고 링크를 눌렀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링크는 도박 사이트로 연결됐다. 홀짝·사다리·스포츠 결과 맞히기 등 불법 도박을 ‘게임’이라며 홍보하고 있었다. A군은 휴대전화로 돈을 결제하고 도박을 했다. 뒤늦게 이를 안 부모 신고로 A군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청소년 1035명을 포함한 2925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체 도박 사범 35.4%가 청소년이었다. 이들 중에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12명), 사이트 광고(6명)를 하는가 하면, 도박용 대포폰을 제공한(5명) 청소년도 있었다. 고등학생이 7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도 2명 있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로 중·고등학생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2억1300만원을 송금받아 이용자들에게 바카라 등 불법 도박에 베팅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주범 16명 중 성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은 모두 중·고등학생이었다. 이용자 대부분도 19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수십만 원씩 불법 도박을 한 청소년 96명이 붙잡혔는데, 초등학교 6학년도 있었다. 검거된 한 청소년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밤새 도박을 하느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였다”며 “격리가 중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킨 상태”라고 했다.

경찰은 청소년 불법 도박 확산 배경에 대해 “실명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간단한 회원 가입 후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단속을 통해 청소년 명의 금융 계좌 1000여 개가 도박 자금 관리 등에 쓰인 사실도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세가 넘으면 청소년이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그전에도 부모 허가만 있으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며 “계좌가 불법으로 쓰이지 않는지 부모가 계속 관리하고 금융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