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작년에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청소년 도박 사범의 평균 연령은 16세까지 낮아졌다. 돈을 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교 폭력 등 파생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형사 입건된 도박 혐의 소년범(14세 이상 19세 미만)은 171명으로 2022년 74명보다 2.3배 늘었다. 도박 범죄 청소년 평균 연령은 2019년 17.3세에서 작년 16.1세로 어려졌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건 스마트폰으로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청소년을 주요 타깃으로 삼으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규칙이 복잡한 카드 게임 대신, 한 게임당 10초 안에 끝나는 사다리 타기, 홀짝과 같은 도박으로 청소년을 끌어들이고 있다. 도박 사이트 개설 때부터 청소년 유인 광고를 만든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책이 모집책을 고용해 청소년들이 많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텔레그램 방을 찾아들어가 광고한다”며 “모집책들은 ‘처음 가입하면 게임 머니를 주겠다’며 몇몇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사이트를 소개할 경우엔 추가 게임 머니를 인센티브 형식으로 주는 다단계 사기 범행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중학생 A(15)군은 작년 말 친구에게 ‘게임’으로 소개받은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도박에 빠져들었다. 사이트에선 스포츠 게임 결과 맞히기, 파워볼, 바카라 등 불법 도박을 게임으로 홍보 중이었다. A군은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통장의 계좌번호를 도박 사이트에 등록한 뒤 매달 20만원을 도박에 걸었다고 한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A군 등 청소년 112명을 도박 혐의로 검거했다. 이 사이트를 운용한 일당은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2조2850억원대의 불법 도박 사이트 29개를 운영했다.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는 회원 가입 연령 제한이 없어 청소년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청소년 도박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생 B군(17)은 최근 학교 폭력을 당해 경찰서를 찾았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폭행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B군이 도박을 했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 사실이 드러났다. B군은 소셜미디어 광고를 보고 바카라 도박을 시작했는데, 20일 동안 600만원을 잃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도박비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138명이었다. 작년 7월엔 스포츠 토토에 빠진 고교 2학년생이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보이스피싱 중간 관리책으로 일하다 붙잡혀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사이버 도박에 빠진 청소년 대상 고리 대출이 급증하자 전국 초·중·고 1만2000여 곳에 ‘대리 입금 경보’를 발령했다. 이들 대출 업자는 청소년을 상대로 10만~20만원 미만의 소액을 빌려주겠다고 접근한 뒤 도박 사이트에 대리 입금해주는 대가로 많게는 연 2000%의 이자를 받고 있다. 계좌가 없는 청소년들을 노린 수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스마트폰에 친숙한 청소년들을 겨냥한 온라인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10대 도박 사범의 재범 방지 및 도박 예방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