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쓴 감사의 글에 자필 편지와 책으로 답했다.
김씨는 최근 검찰청 홈페이지에 있는 ‘검찰총장과의 대화’에서 “검사님들이 아니었다면 외로운 싸움을 진즉 포기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보복 재판은 남아있지만, 총장님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121곳의 구멍은 뚫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글을 남겼다.
사건 당시 검찰은 김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121개 부위 표본을 채취해 대검찰청에 재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청바지 안쪽에서 나온 가해자의 DNA가 성범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씨는 “꾸준히 피해자를 위해 발언해 주시는 의견들을 항상 챙겨 들을 정도로 총장님은 저에게 많은 귀감을 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살아있는 피해자 중 수사 체계에 반론을 제기하는 범죄 피해자가 극히 드물다”며 “앞으로도 범죄 피해자를 위해 힘써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글을 읽은 이 총장은 자필 편지와 함께 샤넬 밀러의 ‘디어 마이 네임’과 나태주의 ‘육필시화집’을 보냈다.
‘디어 마이 네임’은 미국 미투 운동의 불을 당긴 책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의 익명 피해자가 4년 만에 실명으로 털어놓는 사건 이후의 시간을 다뤘다.
가해자 보호 문화와 사법 시스템에서 느낀 좌절감 등을 낱낱이 고발하는 내용으로, 김씨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국내에서 피해자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온 행보와 닮은 점이 있다.
이 총장은 편지에서 “읽는 내내 아픔에 다시 한번 공감했으며 국민을 지키는 호민관으로서의 검찰의 역할을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든든히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피해자에게 건네는 한 문장은 죽음을 이끌기도 생명을 늘리기도 한다”며 “이 편지 덕분에 꼭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