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현지 언론이 용의자 2명의 사진과 3명의 실명을 공개했다./더 네이션 캡처

태국 경찰은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돈을 노리고 피해자에 약을 먹여 납치한 것으로 밝혔다. 차 안에서 피의자와 피해자 간 몸싸움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졌다고 한다.

16일 태국 일간지 꼼찻륵(komchadluek)과 공영방송 TPBS(Thai PBS)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노파신 풀사왓(Noppasin Poolsawat) 태국 수도경찰국 부국장이 사건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붙잡힌 피의자와 현재 도주 중인 김모(30대)씨 부인으로부터 확인한 진술 내용을 종합해 이번 사건이 사전에 피해자 A씨의 돈을 노린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이들 진술로는 지난 2일 오후 방콕의 유흥지 RCA의 한 술집에 A씨를 불렀고, 이곳에서 A씨에게 약을 줘 의식을 잃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미리 준비한 차량에 A씨를 옮겼는데, 이곳에서 A씨가 의식을 되찾아 몸싸움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A씨에게 강요하면서 집단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태국 경찰은 현재 범행 때 사용한 차를 압수해 내부 정밀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 시신을 1차 부검한 결과, 양쪽 갈비뼈 등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모(20대)씨 등이 “주먹과 무릎 등으로 상복부 등을 때렸다”고 밝힌 경찰 진술과도 일치한다는 게 태국 경찰의 설명이다. 이씨 등의 집단구타로 A씨는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태국 현지 부검 결과다.

3명의 일당은 A씨 계좌에서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시신 발견 당시 확인된 ‘열 손가락 절단’은 A씨 사망 후 증거 인멸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차 안에서 몸싸움하면서 피해자 손가락에 피의자 DNA 등 묻은 것을 감추고, 경찰이 시신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살아있을 때 고문의 흔적은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3인조 중 국내에서 체포된 이씨가 지난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이 사건에 가담한 피의자 2명은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 도주 중인 김씨는 아내에게 “자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태국 경찰은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계속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7일 피해자 A씨의 어머니가 주태국 한국대사관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씨 어머니는 대사관에 “모르는 남자가 아들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와 ‘A씨가 마약을 물 속에 버려 손해를 봤으니 8일 오전 8시까지 300만 바트(약 1억1200만원)을 몸값으로 가져오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일당이 협박 전화를 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사에 나선 태국 경찰은 방범카메라를 통해 한국인 남성 2명이 지난 3일 오전 2시쯤 A씨를 차량에 태우고 파타야 방향으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파타야 한 호수 근처에 있는 숙소를 빌렸고 다음 날인 4일 오후 9시쯤 픽업트럭 짐칸에 검은 물체를 싣고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경찰은 지난 11일 잠수부를 호수에 투입해 검은색 드럼통을 발견했다. 통 안에는 A씨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A씨의 시신을 확인한 결과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