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총책 강모(30)씨가 28일 서울경찰청에서 조사받던 중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2시간 만에 강씨를 붙잡았다. 구속 피의자가 경찰 심장부에서 도주, 서울 중심가를 활보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강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청 사이버수사과 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강씨는 오후 1시 50분쯤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고, 경찰 수사관 2명이 강씨를 데리고 청사 1층 바깥으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강씨의 수갑을 채우지 않고 담배를 피우라고 했다. 강씨는 이 틈을 타 흡연 직후 에어콘 실외기를 밟고 청사 울타리를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목격자들 말을 들어보면 흰색 티셔츠 차림 강씨는 두 팔을 세차게 흔들며 전속력으로 종로보건소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어 경찰 두 명이 “잡아, 잡아”라고 외치며 뒤쫓았다. 도주 현장의 울타리는 높이 2m가 안 되고 별도 철조망도 없었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자라면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데도 피의자에게 수갑조차 채우지 않았다. 경찰이 사실상 도주를 방치한 셈이다.
서울청은 강씨 도주 약 한 시간 뒤에야 오후 2시 45분쯤 청 차원의 총동원령을 내렸다. 사이버수사과가 자체적으로 강씨를 잡겠다며 보고를 뭉갰기 때문이다. 허술한 보안뿐 아니라 도주 후 늑장 대처 및 초동 대응 미흡과 관련한 지적이 나온다. 인근 교회 2층 옷장에 숨어 있던 강씨는 오후 3시 4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감시 카메라를 분석해 간신히 강씨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임모(18)군과 김모(17)양에게 ‘낙서하면 300만원을 주겠다’고 해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하도록 한 혐의로 사건 발생 159일 만인 지난 22일 검거됐다. 법원은 지난 25일 강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던 강씨는 일명 ‘이 팀장’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