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처음으로 ‘비위 예방 추진단’을 구성해 각종 비위 근절에 총력전을 펼친다. 최근 계속된 기강 해이에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공개 경고했지만 음주운전 등 비위가 멈추지 않자, 경찰 지휘부 차원에서 전례없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경찰청은 30일 김수환 차장 주재로 ‘경찰 비위예방 추진단’ 첫 회의를 연다. 경찰청 역사상 이런 추진단을 구성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추진단은 3개 분과팀으로 운영된다. ‘제도개선 및 공직 기강’, ‘수사 단속’ ‘조직문화, 채용 및 교육’이다. 각 분과별로는 책임자를 뒀다.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수사 단속 분야 부패 비리를 근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감사담당관은 음주운전, 성비위, 갑질 등 비위 첩보를 강화한다. 또 경무인사기획관은 경찰 내 부정적 관행을 개선하고 부적격자를 임용 전 배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앞으로 추진단은 각종 비위 원인을 분석해, ‘비위 위험도 진단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서별 선제적 비위 방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의 잇따른 비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번 추진단 결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근 청장 임기 중 경보를 발령한 것만 3차례다. 윤 청장은 지난 3월 전국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과의 화상회의에서 ‘의무 위반 근절 특별 경보’를 발령했다. 서울경찰청은 ‘비음주 모임 장려’ ‘N차 음주 근절’ ‘과도한 음주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서울청장 특별 지시 공문도 일선 서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 직후에도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술에 취해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경장은 3월 17일 새벽 3시쯤 영등포구의 한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시민과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지난 28일엔 ‘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총책 강모(30)씨가 서울경찰청에서 조사받던 중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속 피의자가 경찰 심장부에서 도주, 서울 중심가를 활보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강씨는 서울 종로구 서울청 사이버수사과 청사에서 조사를 받던 중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고, 경찰 수사관 2명이 강씨를 데리고 청사 1층 바깥으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강씨의 수갑을 채우지 않고 담배를 피우라고 했다. 강씨는 이 틈을 타 흡연 직후 에어콘 실외기를 밟고 청사 울타리를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앞서 경찰청은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수갑 등 경찰장구 적극 사용(1인 1사용)’ 강조 지침을 수차례 일선서에 전파했지만, 현장 경찰들은 이런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선 경찰 비위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간 답보 상태이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경찰 비위에 대해 더욱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기능을 유기적으로 망라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