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두고 “이 여자 제정신이냐”며 공개 비판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해 법원이 유감을 표명했다.
창원지방법원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어제 모 협회장(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형사 판결한 법관의 사진을 올리고 인신공격성 글을 게시했다”며 “이는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자 치료한 의사한테 결과가 나쁘다고 금고 10개월에 집유 2년? 창원지법 판사 윤민,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윤 판사의 얼굴 사진을 공유하며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와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남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약이라도 대한민국 심평원이 인정 못하면 안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라며 “가령 맥페란 외에도 구토 등에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다른 약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암치료 중이 아닐 때 쓰면 진료비 삭감과 약값 환수는 물론 과잉진료한 의사라는 꼬리표가 붙는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이 비판한 판결은 창원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민)가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 판결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 경남 거제시 한 의원에서 근무하던 중 80대 환자 B씨에게 ‘멕페란주사액’(2mL)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병원을 찾기 1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영양제 주사를 맞기 위해 해당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속이 메스껍고, 구토 증상이 있다”고 하자, 멕파란 주사를 처방했다. 맥페란 주사액은 구토 증상 치료에 쓰는 의약품인데,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할 때는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투여하면 안 된다고 한다.
1심과 2심 모두 A씨가 B씨의 파킨슨병 병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1심은 A씨가 환자의 병력에 파킨슨병이 포함되는지 등을 확인해 투여하지 않았어야 할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해 B씨를 다치게 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스스로도 ‘피해자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멕페란 주사를 처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피해자의 병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한 건 A씨의 업무상 과실이며 이에 따른 상해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임 회장은 작년 11월 20일 시행된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안’에 대해 반기를 들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 의사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임 회장은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 나가면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임 회장은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악질 중범죄에 대해서만 국한할 수 있게 (법을) 바꾸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