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10대 자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친부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2부(재판장 허양윤)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반인륜적 범행으로 원심이 선고한 유기징역형만으로는 피고인의 실책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사상 책임이 부과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28일 경남 김해시 생림면 한 야산에 세워둔 1t 화물차 안에서 딸 B(당시 17)양과 아들 C(14)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10여년 전 이혼 후 모친과 함께 지내면서 자녀들을 양육하다 모친의 잔소리에 분가하려고 했으나 분가도 어려워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 130알을 처방받아 구해뒀다. 또 범행에 사용할 화물 적재용 철끈, LP 가스통 등을 구매하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을 위해 두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아이들과 현장 체험학습을 간다”고 신청했다. 그러면서 자녀 명의로 된 적금을 해지해 돌려받은 원금으로 두 자녀와 함께 경남 남해와 부산 등의 고급 리조트에 숙박하며 가족 여행을 떠났다. C군은 2박3일간 아버지와의 여행에 “아버지 같이 여행을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나중에 커서 보답할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가족 여행의 끝은 비극이었다. A씨는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부친 묘소가 있는 김해 생림면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에서 미리 계획한 대로 가루로 만들어 둔 수면제(각 60알)를 음료에 타 두 자녀에게 먹였다.

B양 등이 정신을 잃자 A씨는 미리 준비한 도구로 자녀를 차례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 장면은 차량 블랙박스에 영상·음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범행 도중 C군이 잠에서 깨 “아버지 살려주세요”라고 14분간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A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고 아들의 숨을 잔인하게 끊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은 “많은 사건을 본 형사들에게도 잔인한 장면이라 담당 형사만 보도록 하고 나머지는 못 보게 했다”고 할 정도였다. A씨는 범행 후 극단 선택을 시도했지만, 때마침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다”는 학교의 신고로 A씨 등을 찾아나선 경찰에 발견되면서 목숨을 건졌다.

검찰은 “A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응급처치만 받고 수감될 정도로 상처가 깊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고 인공 관절 수술을 한 무릎 불편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요구하거나, 사선 변호사 선임을 묻는 등 형량을 줄이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미성년 자녀를 살해해 범죄가 중하다”며 1심과 항소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강제로 박탈하는 극단적 형벌이고, 여러 관련 사형 제도의 취지나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선고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