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경찰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한 시민들의 공적을 기리는 ‘제58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청룡봉사회 최병갑 회장, 심사위원장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심사위원인 서기석 KBS 이사장, 마석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수상자 가족과 동료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충(忠), 신(信), 용(勇), 인(仁), 의(義) 5부문 수상자에겐 각각 상패·표창장과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충상(忠賞)은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소속 중국 북경 주재관 최재철(55) 경감이 받았다. 그는 작년 5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시음’ 사건의 주범인 이모(27)씨를 중국 공안과 협력해 검거했다. 최 경감은 “중국에는 여전히 경제적 취약층을 타깃으로 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양국 간 수사 공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기남부청 부천원미서 원미지구대 고(故) 박찬준(36) 경위는 신상(信賞)에 이름을 올렸다. 박 경위는 작년 10월 원미산 정상에 설치된 팔각정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추락 사고로 순직했다. 시상식에는 박 경위 아내 조아라씨가 참석했다. 조씨는 “제 남편의 노고를 잊지 않고 청룡봉사상을 시상해줘 감사하다”며 “모든 경찰 동료 분들이 항상 안전하게 근무하길 희망하며 늘 국민을 위해 힘쓰시는 것에 감사하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겠다”라고 했다. 조씨가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마치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16년부터 9년째 매월 100만원가량 사비를 들여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경찰청 영등포서 대림지구대 이성우(56) 경감도 신상을 받았다. 그는 “현장에서 묵묵히 자기 임무를 다하는 경찰들을 대표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노숙인들이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용상(勇賞)은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성범죄자들을 검거한 경기북부청 파주서 여성청소년과 김철(52) 경감과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쇠파이프로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을 붙잡은 경기남부청 수원중부서 형사과 정호철(39) 경사에게 돌아갔다. 김 경감은 “시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경사는 “법 질서 확립과 국민의 평안한 일상에 조금이나마 일조해 이런 영광을 주신 것 같다”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28년간 울릉도, 독도 등 도서 산간 지역과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의료 사각지대에서 1만5000명 넘는 환자를 무료로 돌본 내과의사 박언휘(70)씨와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며 약 7억원을 복지기관 등에 기부해온 백동민(52)씨는 인상(仁賞)의 영예를 안았다. 백씨는 “앞으로도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을 구한 4명에게는 의상(義賞)이 수여됐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사는 김어진(19)·이세준(19)군은 작년 8월 전남 장성군 남창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린 초등학생 형제를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군은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남을 돕는 행위가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버지 이상현(61)·아들 이수연(25)씨는 작년 11월 괴한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던 30대 여성을 구했다. 이상현씨는 “평생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은 “이분들이야말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숨은 영웅들”이라며 “각박하고 험한 세상이지만 이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된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준 분들을 매년 발굴하여 격려하는 청룡봉사상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탱하는 굳건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