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 전경. /뉴스1

인천에서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은 50대 남성이 수술해 줄 의사를 찾아 헤매다 어렵게 지방의료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당시 환자의 상태는 패혈증 직전 단계로, 수술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뻔 했다.

15일 인천시의료원과 함박종합사회복지관 등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50대 A씨는 지난 10일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A씨는 평소 치매가 있고, 돌봐주는 가족이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자였다고 한다. 1차 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은 A씨의 상태는 일시적으로 호전된 듯 보였지만, 11일 증상이 더욱 악화했다. A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고,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맹장이 터지면서 장폐색(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자칫 패혈증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급하게 12일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A씨가 낯선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다소 폭력적인 모습과 함께 병실을 무단으로 벗어나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병원 측이 수술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병원에서 소견서를 써주며 정신의학과 협진이 가능한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지만, A씨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장기화 여파로 대부분 병원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관 측은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A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A씨의 상태는 점차 심각해졌다. 눈으로 봐도 복부가 심하게 부풀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인천의료원에서 A씨를 받아주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7시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집도로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씨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권했다가,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환자를 받았다고 한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뉴시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1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시 A씨는 충수염이 터져 복막염이 됐고, 장폐색에다가 혈압이 떨어지는 등 패혈증 직전 단계였다”며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생제를 써서 어느 정도 상태를 안정시킨 후 입원 이튿날 새벽부터 의료진이 준비해 긴급 수술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병원에서 거절했던 환자를 왜 받았느냐’는 질문에 조 원장은 “환자는 음식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골라 받으면 안 된다”며 “당시 환자를 받아 줄 병원이 없고, 긴급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환자를 받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자, 공공병원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 원장은 의대 증원 계획에 따른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