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청룡봉사상’ 인(仁)상 수상자인 박언휘 내과의사가 10일 대구 수성구 박언휘내과의원 진료실에 앉아 있는 모습. 박씨는 지난 28년 동안 1만5000명이 넘는 환자를 무료로 돌보고, 소외 계층을 위해 20억원 상당의 독감 백신을 기부했다. /김동환 기자

“의사는 돈을 버는 수단, 직업(Job)이 아닙니다. 생명을 구하라는 하늘의 소명(Calling)입니다.”

박언휘(70) 내과 의사는 14일 경찰청과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58회 청룡봉사상’ 인(仁)상을 받았다. 대구 수성구에서 한 내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지난 1996년부터 28년간 울릉도, 독도 등 도서 산간 지역과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의료 사각지대에서 1만5000명 넘는 환자를 무료로 돌봐왔다.

박씨는 이날 시상식(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의사가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울릉도에 태어나 많은 분이 약이 없어, 의사가 없어 생명을 잃는 것을 봐왔다”며 “나중에 의사가 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고 울릉도를 떠났다”고 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박씨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28년간 의료 소외 현장을 지킨 힘은 “의사로서의 소명”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의사 공부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대학 교수님이 ‘의사는 돈을 버는, 생계 수단, 직업이 아니다’라고 조언해 주신 적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다”라며 “의사는 ‘사람을 진료하고 생명을 구하라’는 하늘의 소명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후배 의료인들에게 “의사라는 소명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언휘 내과 의사. /장련성 기자

박씨는 4녀 1남 중 장녀로 태어나 어린 시절 울릉도에서 살았다. 당시 울릉도에서 중학교 졸업 후 대구로 건너갔을 때 탄 배가 ‘청룡호’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귀한 청룡봉사상을 받은 걸 보면 아무래도 제가 청룡이란 이름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며 웃었다. 박씨는 “청룡봉사상은 어느 상보다도 도덕적인 상인 것 같다”며 “청룡봉사상의 도덕성에 맞도록, 앞으로 도덕적인 활동과 봉사를 하며 남은 삶을 마감하겠다”고 했다.

박씨 진료실 한편에는 ‘수도춘회(手到春回)’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손이 닿으면 봄이 돌아온다는 의미로, 박씨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그는 “의사 손이 닿으면 환자들 마음에도 봄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박씨는 다음 주 대구 달성군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무료 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