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의사에게는 부동산 중개를 하지 않겠다'는 현수막을 게시한 경남 함안군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독자 제공

“파업 의사에게는 부동산 중개를 하지 않습니다.”

19일 오전 경남 함안군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외벽에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 18일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집단 휴진 사태가 일어난 지 하루 만이다. 이 중개사무소는 함안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군청 사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현수막을 게시한 이는 공인중개사 이모(64)씨다. 20년 넘게 공인중개사로 일한 이씨는 ‘땅에 붙은 모든 것을 중개한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해 휴진하는 등 파업에 동참한 의사들에게 중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씨는 “더러 요양병원 부지 때문에 문의는 있긴 하지만 (의사와의) 거래가 많지는 않다”면서 “다만 환자들은 의사를 찾는데, 병원이 아닌 거리에 앉아있는 일부 의사들을 보면서 분통이 터져 뭐라도 해야했고,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이나 전체 의사에 대한 반감 등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수도나 전기처럼 의료는 국민에게 필수 분야여서 돈을 내고 수도·전기를 쓰듯이 돈을 내 진료를 보고 수술을 받는 게 아니냐”며 “그런데 그 필수 분야에 있는 의사들이 환자를 외면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물도 마시지 말고, 전기도 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수막을 내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변 이웃들로부터 ‘응원한다’ ‘공감한다’며 인사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의사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 대다수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현수막 내용에 대한 항의나 반발에 대한 두려움은 없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고, 시골에서 조용히 부동산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지금도 (현수막 게시한 것 때문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면서도 “굶어 죽더라도 환자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하는 일부 의사들 이기주의 행태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수막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