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9명이 죽고 7명이 다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원인과 관련, 경찰은 운전자 차모(68)씨에 대한 1차 음주 감지를 병원 이송 후 진행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초 경찰이 공식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음주 감지를 다 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것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선 차씨 부상이 심각해 음주 측정을 할 수 없었을 뿐, 이후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며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경찰의 잇달은 번복에 유족들은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를 낸 운전자 차씨는 사고 시각(오후 9시 26분)으로부터 1시간 37분이 지난 오후 11시3분 서울대병원에서 음주 감지기를 통해 음주 측정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씨가 갈비뼈 부상 등으로 호흡 곤란이 있던 만큼 음주 측정을 사고 현장에서는 도저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1차 음주 측정은 감지기로 진행된다.
문제는 경찰 설명과는 달리 차씨가 음주 측정을 하지 못할 만큼 상태가 나빴냐는 의혹이다. 차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19분이 흐른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쯤, 버스회사 동료인 A씨에게 걸어 짧게 통화했고, 곧이어 A씨가 차씨에게 걸어 사고 상황을 다시 물었다고 한다. 당장 음주 측정을 하지 못할 만큼 차씨 상태가 나빴다고 경찰은 보고 있지만, 차씨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이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초동 조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차씨는 오후 11시3분 서울대병원에서 음주 감지기를 통해 측정을 할 당시 호흡 곤란 등 문제로 7차례 시도 끝에 음주 수치가 ‘0′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후 차씨는 11시35분 쯤 마약 간이 검사(소변)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차씨에 대한 채혈 검사도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채혈 검사는 영장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씨 동의 하에 임의 제출 형식으로 채혈 검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음주 감지는 사고 직후 이뤄줘야 결과 신뢰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음주한 시간과 감지 시간 차이가 커질 수록 음주 수치는 낮게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1시간 30분 후에 음주 감지가 이뤄졌기 때문에 음주 수치가 극명하게 낮아졌다고 보긴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채혈 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검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브리핑 혼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3일)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사고 지점(BMW·쏘나타 충돌), 마지막 정지 지점(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스키드 마크를 확인했다”고 했다. 회견 종료 30여분 뒤인 3시 5분,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기름 자국이었다고 번복 입장을 냈다. 스키드 마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도로 표면에 생기는 타이어 흔적이다.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증거로, 이번 참사의 쟁점인 급발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대 단서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자가 긴장해서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4일(오늘) 오후 차씨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 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약 2일 만이다. 그동안 차씨 부상 때문에 조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차씨는 지난 2일 본지 통화에서 “100%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을 방문해 피의자 조사를 할 계획이며 자세한 시간은 피의자 측과 조율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