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빌딩 모습. /뉴시스

대출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180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고 이를 가상자산 구입 등에 쓴 우리은행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 황보현희)는 허위 대출 등을 통해 약 18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3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우리은행 경남 김해에 있는 지점에서 기업대출 담당자로 있으면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35차례에 걸쳐 개인·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허위 대출을 일으키고 대출금을 지인 계좌로 빼돌려 약 177억원 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마치 고객의 정상적인 대출 신청이 있는 것처럼 속여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결재권자가 부재할 때는 관행적으로 실무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해온 점, 지점 대출 요청을 받은 본점이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이를 지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 등 은행 차원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우리은행 내 개인 대출고객 2명에게는 “남아있는 대출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 해야 한다”고 속여 약 2억 2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몰수·추징보전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있는 예치금과 은행예금, 전세보증금 등 45억원 상당을 동결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가상자산 투자와 기존 채무를 돌려막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의 계좌추적 결과 A씨는 가상자산 구입 등에 약 150억원을 쓰고, 대출채무를 돌려막는데 약 27억원, 전세보증금과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약 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향후에도 불법 경제사범을 엄단하고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측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했으며, 은행 측이 소명을 요구하자 A씨는 지난달 10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날 A씨를 긴급체포했고, 6월 12일 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