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바다 수온도 점차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어패류 양식장에 비상이 걸렸다. 9일 현재 전국 해역에 고수온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하면 발령된다.
지난 7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해상. 5000㎡ 규모 가두리 양식장에서 참동·조피볼락(우럭) 등 약 40만 마리의 물고기를 키우는 김수환(42)씨는 매일 해수 온도를 점검하는 게 일이다. 이날 오전 김씨 양식장 주변 해수 온도는 평균 21~22도 선이었다. 서해안과 비교해 비교적 수온이 낮은 편이다. 고수온에 취약한 우럭이 버틸 수 있는 한계수온(28도)에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올해 살인적인 더위만큼이나 바다 수온 역시 평년 대비 1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까진 동해 남부 연안부터 이어진 냉수대(冷水帶) 영향에 수온이 높지 않다”면서 “냉수대가 빠져나가고 태풍이 오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안엔 현재 고수온 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지자체와 어민들은 이달 중순부터 수온이 점차 올라 주의보 등으로 격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김씨 등 남해안 양식 업장에서는 일찌감치 고수온 대응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달 초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 양식장 칸에 따가운 햇볕을 막는 가림막을 설치했다. 양식장 한 칸(7mX14m) 기준 하루 200kg씩 주던 사료를 요즘은 일주일에 150kg 주는 것으로 줄여 쫄쫄 굶기고 있다.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용존산소량이 줄어드는데, 먹이 활동까지 하게 되면 산소 소비가 많아져 안 그래도 모자란 산소가 더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사료를 줄이면 물고기 살이 빠져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일단 물고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김씨는 “사료에 면역증강제 등을 섞어 먹이면서 다가올 고수온에 대비하고 있다”며 “고수온이 본격화하면 산소발생기 등 장비도 가동한다”고 했다.
양식업을 하는 이들은 “올여름 역대급 고수온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남은 425만㎡ 규모 2억2780만 마리의 어패류를 키우는 국내 최대 어패류 양식 생산지다. 작년에 고수온으로만 경남에서만 물고기 1400만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200억원이 넘었다. 역대 최악이었다.
이 때문에 지자체도 닥쳐 올 고수온에 비상이다. 경남도는 현장 밀착형 지도반을 편성해 도내 6개 해역을 지난 7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고수온·적조 대비를 위해 산소발생장치와 저층 해수 공급장치 등 고수온 대응 장비도 현장에 보급했다. 고수온 취약 어류 폐사 방지를 위해 면역증강제 14t도 지원했다.
지난 2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 중인 경남도는 향후 고수온 주의보 해역이 확대될 경우 사료 공급 중단, 차광막 설치, 조기 출하 등 어장관리요령 준수 당부를 위해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재해대책 명령서’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수온에 강한 잿방어와 능성어 등 대체 어종 보급을 위한 연구도 계속한다.
송진영 경남도 수산정책과장은 “폭염으로 수온도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의 수온 변화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현장 밀착형 합동점검을 통해 양식생물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하나 되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