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40대 여성 사건과 관련, 경찰의 근무 소홀 논란이 일고 있다. 매뉴얼대로 했다면 여성을 구할 기회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2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A씨의 1차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고체온증 등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 12분쯤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순찰차 뒷좌석에 들어갔다가, 17일 오후 2시 9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이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36시간 동안 순찰차에 갇혀 사망한 A씨에 대한 검안의 1차 부검 결과, 사망 시간은 지난 16일 오후 2시 전후로 추정된다.
문제는 경찰이 A씨가 순찰차에 갇힌 이후 발견되기 전까지 A씨를 발견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진교파출소는 4명이 1개조로 총 4개조 16명이 2교대(12간씩 근무) 근무를 한다고 한다. 주·야간 근무자들은 매일 오전 8~9시, 오후 6~7시 사이에 근무 교대를 한다.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르면 근무 교대 시 전임 근무자는 차량 청결 상태와 차량 내 음주측정기 등 각종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또 차량 운행기록도 주행 km를 적어 매일 확인해야 하고, 차량을 주·정차할 때는 차량 문을 잠가야 한다고 한다.
매뉴얼대로라면 진교파출소 근무자들은 지난 16일 오전 2시쯤 A씨가 순찰차에 들어간 뒤인 이날 오전과 오후, 다음날인 17일 오전 근무 교대 때 차량 점검을 해야 한다. 문제는 근무자들은 차량 점검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A씨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차량 블랙박스는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이후로 꺼져 있었다. 사고가 난 순찰차는 지난 15일 오후 4시 56분쯤부터 A씨가 발견된 지난 17일 오후 2시까지 약 45시간 동안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7일 오전 10시 58분쯤 A씨 부친이 실종 신고를 하고서야 출동을 위해 해당 순찰차를 사용하면서 숨진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근무자들이 차량 점검에도 뒷좌석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애초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인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순찰차를 45시간이나 운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직 경찰은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파출소 주변 방범카메라(CCTV)에 A씨가 사고가 난 순찰차를 탑승하기 전 옆에 있던 다른 순찰차를 탑승하려다 문이 열리지 않아 포기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적어도 매뉴얼대로 주차 시 순찰차 문을 제대로 잠갔더라면, A씨가 순찰차에 갇혀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씨는 순찰차에 탑승하기 전 진교파출소 입구를 1분 남짓 서성거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순찰차 2대는 모두 정차돼 있었다는 점에서 해당 시간에 차량을 이용한 순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남경찰청은 당시 진교파출소 근무자를 4명으로 보고 있다. A씨가 문을 두들기거나, 초인종을 눌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근무자 모두 파출소 앞을 서성이는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남청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들은 차량 운행기록 등을 확인하는 등 점검했다고 한다”면서 “근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은 감찰을 통해 밝혀질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