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최근 이틀간 많은 비가 내린 경남 김해시 한림면 화포천습지생태공원과 농지 일대가 폭우 여파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21일 이례적인 ‘가을 폭우’로 80대 남성이 물에 휩쓸려 숨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주민 1500여 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피해는 남부 지방에 집중됐다.

2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전남 장흥군의 한 저수지에서 80대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 오후 6시 27분쯤 집 근처 배수로에서 실종됐다. 당시 장흥에는 시간당 7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읍내 자활 센터에 간 아내가 걱정돼 나왔다가 배수로에 빠진 뒤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1일 경남 김해에서는 낙동강 지류인 조만강이 범람해 지나가던 차량이 물에 잠겼다. 60대 운전자는 근처 농가 지붕 위로 올라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시민 5명은 도로 가드레일을 붙잡고 버틴 끝에 구조됐다.

김해에는 20~21일 이틀간 427.8㎜의 비가 쏟아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금관가야 대성동 고분군’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21일 오전 8시 45분쯤 사상구의 한 도로에서 가로 10m·세로 5m·깊이 8m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로에서 배수 작업을 하던 부산소방본부 배수차 등 차량 2대가 빠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근처 지하철 공사 현장과 관련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21일 제주도에서는 초속 20~3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고압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제주시 애월읍 588가구에 2시간 동안 전기 공급이 끊겼다.

철도나 항공 등 교통편도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폭우와 강풍으로 21일 경전선 동대구역~진주역 구간이 한때 통제됐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 포항경주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발 진에어 항공기가 폭우 때문에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일도 있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전국 7개 시·도, 46개 시·군·구에서 1501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주택 170곳, 도로 107곳이 침수됐다. 토사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은 곳도 21곳으로 집계됐다. 축구장 크기의 5700배에 달하는 농경지 4116ha도 물에 잠겼다.